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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떤 선택의 재검토 (말콤 그래드웰)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5. 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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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문명의 발달은 많은 장점을 가지면서 또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혁신이나 아이디어는 세상을 뒤집어 놓을 거라고 확신을 하곤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SNS는 소통의 창구에서 억압의 창구로 자동차는 이동의 편리함에서 교통 체증의 문제로 이어지곤 했다. 모든 사실은 이면을 가지고 있다. 말콤이 얘기하고자 하는 '선택'은 무엇일까?

  전쟁. 그 안에서도 폭격기의 운영에 대한 상반된 리더의 선택을 비교하며 얘기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말콤 그래드웰 하면 유명한 저서가 많다. 그의 저서에는 늘 생각을 깨는 통찰력이 있었다. 사실 이 책도 '선택'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부분에서 이야기할 줄 알았다. 선택은 항상 갈림길에서 내려야 하는 판단이고 그런 선택들은 늘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선택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런 사회학적인 내용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폭격기'라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폭격이라는 것은 대량 살상 무기이면서도 아닐 수도 있다. 폭격기가 등장한 배경에는 전쟁에서 전면전은 양측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명 피해를 줄이는 <바람직한 방법>은 압도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에서 시종일관 얘기하는 <선택>은 폭격에 대한 두 가지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은 왜 일본 폭격의 장본인인 '커티스 르메이'에게 훈장을 수여했을까? 일본을 미친 듯이 폭격한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에게 게다가 전쟁의 최전선을 이끈 적국의 장군에게 말이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미국의 무자비한 공습은 결국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 일본 입장에서는 아픈 부분이지만 만약 공습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연합군의 상륙이 시작되고 분단국 가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석하는 일본의 입장을 잔인하다고 해야 할지 냉철하다고 해야 할지 의문이 남는다.

  폭격기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오늘날에는 <핵무기>가 이를 대신한다. 소위 <게임 체인저>라고 얘기되는 비대칭 전력무기다.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진정 전쟁의 빠른 종결을 가져다줄 것인가? 그 해답은 쉽지 않다. 작은 나라를 굴복시키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전쟁만 보더라도 쉽게 사용할 수 없다. 그것은 더 큰 전쟁을 불러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말콤이 얘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납득하기는 많은 부분이 아쉬웠다. 1부와 2부 시작 부분에 적어 놓은 그의 질문만 남아 있을 뿐 폭격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머릿속에 남아있질 않다. 연관성 없는 이야기가 그저 나열되어 있는 글들은 어떠한 스토리텔링도 없었다. 그의 통찰력은 서문에 던진 질문이 전부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전쟁 자체의 내용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양심과 의지로 분류할 수 있는 헨셀과 르메이의 행동을 전쟁에서 승리한 한셀, 전투에서 승리한 르메이라고 마무리해버리면서 <선택의 재검토>는 독자의 몫으로 넘겨준다. '<폭격기의 달이 뜨면>을 읽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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