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사용되기도 하고 직장에서의 '매너리즘' (나쁜 의미의)을 얘기하기도 한다. 어떤 일에 대해 의욕을 상실하고 시들해지는 현상이다. 이런 감정은 생각보다 흔하다. 사람의 감정은 항상 팽팽함을 유지할 수 없다. 들숨과 날숨과 같은 감정의 상태다.
권태가 오는 이유는 강한 희열에 적응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뜨겁게 사랑할수록 뜨겁지 않은 상태를 견딜 수가 없고 성공에 취해 있을수록 평소의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 상태를 쉼의 상태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텐션을 올리려고 하다가 좌절하게 되고 이런 실패가 계속되면 의지박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함부로 인연을 끊을 수 없는 부부 관계나 어떻게든 다녀야 하는 직장의 일(쿨하게 떠나면 되지만..)이 되면 끔찍한 일이 되기도 한다.
권태는 분명 기대에 못 미치는 감정의 상태이기 때문에 하기 싫었던 일에서 나오지 않는다.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하게 된 일. 특별했는데 특별해지지 않게 된 일에 대한 감정이기 때문에 '좌절'의 감정이 더 적합하다. 싫은 것은 그저 싫은 것이지 그것에 대한 미련은 없다. 권태 속에는 노력하려는 마음이 숨어 있다. 단지 이도 저도 안 되는 복잡한 마음 상태만 있을 뿐이다.
분명 짜릿한 경험이 많을수록 권태는 쉽게 찾아온다. 인간은 강한 자극에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에 더 높은 자극을 원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권태'는 '중독'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불 같은 사랑을 한 사람에게 들판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사랑은 참을 수 없고 시시해 보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보상심리가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자극과 자극 사이에 찾아오는 공백을 채우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워크 홀릭'에 빠진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권태를 느껴버리면 다시 일을 손에 잡는 것은 쉽지 않다.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는 직업이 돌연 사표를 꺼내 들고 떠나는 장면은 종종 목격한다. 에너지를 다 써버린 사람에게는 그 환경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에너지를 채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에 퇴사를 달고 다니는 친구들은 회사를 나가지 않지만 장고 끝에 사직서를 가지고 온 친구들의 퇴사를 막는 것은 정말 어렵다.
권태를 느끼지 않으려면 널뛰기 같은 감정의 높낮이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상태와 최저의 상태의 갭이 크지 않으면 받는 충격도 견딜만하다. 옆에서 보기엔 서로에게 소원해 보이는 부부가 생각보다 행복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에게 상대에게는 그런 상황이 올 수 있고 또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참 유행하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다 보면 남자는 굴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받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노래도 천 번, 만 번 들으면 질린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만나면 힘들다. 곁에 있어도 '인지'에 에너지를 쏟지 않을 편안한 사람이어야 오래 할 수 있다. 사람 사이에는 산들바람이 불만큼의 거리가 필요하가. 에너지를 충전할 고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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