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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에너지 산업에서 원자력에 대한 생각

야곰야곰+책벌레 2022. 6. 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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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토론회 때 등장한 EU 택소노미가 화제가 되면서 RE100가 더불어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린 택소노미로 불리는 이 단어는 녹색산업을 뜻하는 Green과 분류학을 뜻하는 Taxonomy의 합성어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었다. EU는 초창기 강력한 기준으로 원전을 배제시켰지만 원전 강국 프랑스의 대대적인 공세로 인해 올해 2월 천연가스와 더불어 EU 택소노미에 추가되었지만 그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그것은 천연가스의 메탄 유출과 원자력의 방사능 폐기물 처리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EU 다르게 원자력을 포함시키고 있다.

Parliament committees object to EU's 'green' label for gas, nuclear

Two European Parliament committees on Tuesday (14 June) backed an attempt to stop the EU labelling gas and nuclear energy as climate-friendly investments, setting the stage for a full Parliament vote that could reject the rules next month.

www.euractiv.com

원전이 녹색경제?…유럽의회 상임위 ‘그린 택소노미’ 수정 요구했다

녹색경제 분류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 등 포함하자유럽의회 상임위, ‘원전·천연가스 투자’ 제외 결의안현행 ‘원전·가스 투자 포함안’ 내달 본회의 부결될수도

www.hani.co.kr

그런 가운데 지난 14일 EU 집행위원회는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을 부결시켰다. 상임위 결정과 무관하게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은 유럽의회 본회의에 상정되지만 이번 결과로 본 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합동회의에서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그린 택소노미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찬성(76) 대 반대(62)로 통과되었다.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은 다음 달 6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과반수(705석 중 353석)가 반대하거나 유렵연합 이사회에서 압도적 다수(27개국 중 20개국)가 반대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이번 결정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향이 컸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우라늄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가스는 약 40%를 농축우라늄은 20%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프랑스와 다르게 독일은 지속적으로 원전 퇴출을 주장하고 있고 어느 나라보다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많은 교섭 단체들이 최종안에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원전이 채택된다 하더라도 그 기준은 상당히 높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과 국가 안전규제기관의 인증을 받은 가용한 최고의 기술과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안전을 담보하지 않는 기술은 녹색에너지로 분류하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하려면 적어도 3.5세대 이상의 원전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나라 평균 건설 기간인 56개월로 산정해도 거의 5년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경우라면 126개월, 미국은 272개월이다. 새로운 원전을 가동하려면 지금 바로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5 ~ 10년이 필요하다.


늘어난 전기 수요를 줄이기란 쉽지 않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보통 인간의 마음이다. 원자력은 산업혁명과 함께 압도적으로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야말로 축복의 에너지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압도적으로 위험한 폐기물을 내놓는다. 사용한 핵연료를 영구 처분하려면 10만 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문제는 논란과 갈등의 주제가 되어왔다. 한국에서도 9 차례의 부지선정 작업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모두가 원하는 원자력을 모두가 싫어하는 모순이다. 원전의 임시저장시설 포화는 내년에 꽉 차는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2040년대에 들어서면 포화상태가 된다. 곧 포화가 되는 월성원전의 저장고의 증설 설문조사를 찬성으로 유도했다는 논란도 있다. 유혈 충돌이 일어났다. 2003년 전북 부안 방폐장 사태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린 택소노미의 목적으로 본다면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환경을 보고하려는 목적이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안전'으로 수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 원전은 지속 가능하게 안전한가?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기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한때 관심을 받았던 SMR(소형 원자로)는 경제성도 낮고 폐기물은 더 많이 만들어 낸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라늄의 매장량도 한정되어 있고, 우라늄 광산의 환경 파괴는 '그린'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값싼 전기는 산업계에서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당장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다.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2/05/477748/

많은 지식인들이 원자력을 옹호하고 있지만 그들도 끝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RE100과 그린 택소노미를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격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원자력에 투자를 하는 것보다 공장들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기 사용량을 줄여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점점 더 효율이 개선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를 찾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린 택소노미와 RE100은 더욱 엄격해질 것이고 세계적인 추세를 자의적인 해석을 하면 안 된다. 만약 원자력이 배제되기라도 하면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를 제공해줄 수 있는 나라로 공장을 옮길지도 모른다. 독일이 큰 땅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것은 그들은 새로운 생태계에 가장 빠르게 다 달아서 표준 기술을 가져가겠다는 전략도 분명 있을 것이다. 패러다임의 전환기라고도 생각한다. 정유회사들이 전기차를 막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전기차들이 굴러 다닌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에 퇴출되었고 팩스는 IT기술에 의해 사라졌다.
절정에 다다르면 저무는 것은 모든 생태계의 숙명 같은 게 아닐까. 핵폐기물의 반감기를 엄청나게 줄여주는 촉매를 발견하거나 방사능을 먹는 미생물의 배양, 혹은 방사능에도 거뜬한 강화 인간.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기술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당장 원자력이 있어서 좋은 점은 많다. 하지만 원자력은 지금 당장 만들어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폐기하는데도 엄청난 자원이 필요하다.
미래에도 원자력이 필요할까? 덩치 큰 공룡은 환경 변화에 적응이 느리다. 애자일 조직이 유행하는 최근에는 전기 생산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국가에서 해야 하는 것은 국토를 거미줄처럼 엮은 쌍방향식 전력라인이 아닐까 싶다. (기술적 난이도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전력을 생산하여 팔 수 있도록 해주고 관리해 준다면 중앙 발전시스템과 더불어 개인이 발전하는 풀뿌리 발전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직업으로 전기 생산하고자 시골로 이주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지금처럼 제주도에서 생산한 전기를 전라도에서 쓸 수 없는 시스템으로는 아무리 많은 곳에서 전력을 생산해도 비효율적일 것이다.
꽤 오래전 미국에서 발표했던 그리드 시스템을 본 순간 이거다 싶었다. 전력 환경에 대한 고민과 발달은 레거시 미디어와 개인 방송이 공존하는 지금의 미디어 생태계와 비슷해질 것 같다. 그런 미래를 그려본다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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