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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라고 대답하는 것도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야곰야곰+책벌레 2022. 5. 3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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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시에서처럼 어떤 질문에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을 때 '그냥'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그냥'이라는 말은 어떠한 변화가 없음을 나타내는 부사이면서 행동의 의도가 없을 때 쓰이곤 한다. 때로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음을 나타날 때에도 쓴다. 무심코 던지는 말이지만 그 뜻의 폭이 넓어서 종종 오해를 받곤 한다.

  '그냥'은 꽤나 충실한 답변이 될 수도 있으면서 성의 없는 답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의미가 어떠하든 대답으로서의 기능은 충분하다. 단지 질문자의 의지에 의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대답을 한 사람은 질문한 사람에게 그 의미 부여를 오롯이 맡기는 것일까?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서 처럼 그냥을 사용할 수 있는 상대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초면에 '그냥요'라고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의 표현인지 책임의 전가인지는 불명확하다. 때로는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무언가 얘기하려다 쑥스러워질 때 '그냥'을 사용한다. 

  그냥은 모든 답이 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이 될 수 있다. 단지 상대에게 맡기는 말이며 조금은 수동적인 대답이기도 하다. 혹은 상대에게 얼마큼 알고 싶은지 반문하는 말이기도 하다. 때로는 나만 알고 싶은 대답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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