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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는 걸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야곰야곰+책벌레 2022. 5. 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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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는 바로 '변한다'라는 사실이다. 시간은 인간이 만들어 낸 하나의 기준이지만 그것도 무관하게도 사람은 변한다. 우리는 이것을 늙는다라고 말한다. 회춘한다는 덕담도 있지만 늙어가는 것을 역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피할 수 없는 노화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노화와 건강은 인간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건강을 지키는 운동, 정신을 맑게 하는 명상은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도 이 주제에 진심이다. 노화를 방지하는 염색체를 찾아내고 세포가 젊어지는 방법을 연구한다.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끝내 죽음과 마주해야 한다. 

  무신론자지만 독실한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딱 한 가지 부러운 점이 있다면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다. 보통의 인간에게 죽음은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이고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그들에게는 신으로의 귀환이거나 새로운 생으로의 전환이라 믿기 때문에 평온한 마음을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다. 내려놓지 못할수록 우리는 이 세상과 헤어지는 것이 힘든 것 같다. 나이를 드는 것은 그동안 노력해서 모았던 것을 하나씩 돌려주는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종교가 없는 나는 결국 책으로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 아들러 심리학에 정통한 기시미 이치로 교수의 책을 특히 좋아한다. 그중에서 <늙어갈 용기>는 이 주제와 잘 어울린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마흔에게>도 비슷한 내용으로 추천할만하다. 

  인간에게 가장 괴로운 것은 <존재의 확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늘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그렇게 바삐 살아왔던 것 같다. 늘 오르막을 올라왔지만 내려갈 준비도 해야 하는 것이 중년의 인생이다. 마흔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사회적 지위도 경제적 자립도 가장 훌륭한 때가 사십 대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

 

  가장 큰 위기는 '은퇴'다. 은퇴는 그동안 쌓아왔던 사회적 지위를 한꺼번에 잃는 사건이다. 많은 중년이 방황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의 대한 평가를 '생산성'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간 자체로써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용기는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약을 먹으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존재에 대해 인정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늙음은 분명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방향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늙음을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자세다. 그리고 아직은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그것들을 통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은 일을 하며 살아가지만 쓸모로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된다. 어떤 일을 하든지 인간은 존재함으로써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것이다.

  늙어가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장 큰 역경은 아니다.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빠져나오면서 엄청난 역경을 이겨냈으며 수많은 도전으로 걷고 뛰게 되었다. 그리고 말과 글까지 익혔다. 인생의 가장 앞에 가장 큰 역경을 준 것은 아마도 능력에 맞게 분배된 진화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늙어가는 것도 긴 진화의 흔적 속에 분명 소중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자신을 받아들인다면 조금은 더 편하게 인자한 모습으로 나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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