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소년이 온다 (한강) - 창비

야곰야곰+책벌레 2022. 5. 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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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책에서 소년이 하늘을 나는 듯한 멋진 문장을 만난 나는 그렇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제목과 글귀는 세월호와 연관되었나 싶었지만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추천 도서에서 이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제주 4.3을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로 한강 작가의 스타일을 알고 있는 나는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마치 죽은 정대의 혼을 시점으로 한 듯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은 무언가를 초월한 존재가의 무덤덤한 혼잣말인 듯했다. 잔인했던 그날의 모습들은 감정적인 단어들을 절제한 채 그렇게 쓰여 내려갔다. 잔인하게 죽은 이들의 시신을 모으고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들은 슬픔을 꾹꾹 눌러 참아내는 모든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시점은 인물 사이를 넘나들며 시대의 위치도 변한다. 마치 기억을 짜내는듯한 진짜 주인공의 생각 속을 왔다 갔다 한다. 관찰자는 그날을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그날을 기억을 모으고 있는 한 명의 여성이라는 생각으로 모아졌다. 그날의 기억은 참혹했고 세상에 끄집어내는 것조차 힘겨운 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광주의 기억은 예전의 누명을 벗고 이제는 민주화운동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광주의 기억은 군부의 총칼에 죽어나간 희생자들 뿐 아니라 고립된 위험에서 삶이 린치에 몰렸을 때 눈을 감지 않고 쏟아지는 폭력 속에서 사실을 보고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용기와 의지라고 설명했다. 죽은 이들의 관을 태극기로 덮는 것은 당신들의 죽음은 국가의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듯한 책임 회피의 느낌도 전달했다.

  민주화 기념관 하나도 제대로 설립하지 못해 광주에 있어야 하느니 마산에 있어야 하니 싸우다 흐지부지 되었다. 교육의 중요성을 그렇게 중히 여긴다면 두 군데 있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그날의 일들을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광주 사람들의 그저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의 산물이기만 한 것일까. 시작이 그런 이유였을지 모르겠지만 고립된 이들의 삶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날의 광주가 오늘날에는 없을까? 삶이 힘들어 자신의 목숨을 끊고 핍박된 삶에 대한 저항으로 송전탑에 오른다. 그리고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고 있다.

  핍박받고 있는 모든 것들에는 광주의 모습이 담겨 있지 않을까? 광주의 모습은 그 자체를 언급하고 기억하려고 하는 모습이 중요한 만큼 그날 광주가 지금에 다시 나타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그날을 기억하는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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