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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인 사랑이 존재할까?

야곰야곰+책벌레 2022. 5. 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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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하면 대체로 <플라토닉 사랑>을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정말 그럴까 싶어서 찾아보니 <순수하고 강렬한 상태의 비이성적인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은 감성만의 능력인가. 부모의 사랑을 보통 플라토닉 사랑이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이 녀석이 내 자식이지'라는 이성적인 판단이 없다면 그렇게 무한히 내어줄 생각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예쁜 구석도 많지만 속 썩이는 구석은 더 많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찾다 보면 <짝사랑>이 생각난다. 해바라기와 같이 그저 바라보는 사랑. 그 사람이라는 존재만으로 무한히 기다리고 사랑을 보낼 수 있다. 자각하지 못하지만 누군가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짝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일까? 연예인을 향상 팬심은 무조건적인 사랑일까? 그것들이 유한하고 행여 짧더라도 그 사랑이 일방적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을까?

  여기서 뉴턴의 운동 제3 법칙 작용 반작용을 들여 얘기해 보자. (나는 공돌이다.)

  모든 작용에는 그와 동일한 반작용이 있다. 제3 법칙을 사랑에 적용해 보자. 모든 사랑은 일방적일 수 없다. 내가 보낸 사랑의 작용과 그 사람에게서 돌아오는 반작용이 어떤 필터를 거치더라도 소멸되지 않는다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보이는 사랑이라도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이 느끼는 사랑의 피드백이 있는 것이다.

 

  아이가 하는 감동적인 행동 혹은 추억이 오늘 속 썩인 아이에 대한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팬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하트를 날리는 행동으로도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이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혹은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뜬금없이 '아들러'와 '기시미 이치로' 교수를 소환해 보자.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이 듦에 관해 얘기하는 아들러 심리학의 대가 기시미 이치로 교수는 <늙어갈 용기>나 <마흔에게> 등 인생 후반기에 접어드는 얘기를 할 때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어떨 때에는 나는 나의 존재만으로 상대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이나 선물을 건네고 혹은 선한 행위, 선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감동과 용기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발산된 모든 것들은 나의 의도가 악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받는 사람의 몫이라고 했다. 

  일방적인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은 그 나름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 조건이라는 것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는다면 일방적인 사랑, 조건 없는 사랑은 없다. 사랑한다는 그것 자체가 이미 조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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