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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절차대로 따른 자의 것인가?

야곰야곰+책벌레 2022. 5. 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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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거리 운전을 할 때에는 강의를 많이 듣는 편이다. 1시간에 2시간 남짓하는 강의는 평소에 자리에 앉아 듣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운전 중에는 졸음도 방지하고 좋은 얘기도 들을 수 있어서 자주 듣는 편이다. 일전에는 노무현재단의 <알릴레오 북스>에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라는 책에 대한 북 토크를 들었다. 이미 사둔 책이지만 손에 닿지 않아 계속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

  민주주의 체제는 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선택할 만큼 훌륭한 제도다. 민주주의가 가진 훌륭한 점은 나쁜 것을 견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삼권이 분리되어 있고 서로 견제한다. 명령과 복종을 얘기하는 독재국가와 달리 서로 설득하고 타협하고 논쟁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 민주주의는 어떤 좋은 일을 많이 하려고 만들어진 제도는 아니다. 어떠한 나쁜 것이 나타나도 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길 위해서 존재해 온 것이다.

  하지만 그 나쁜 것이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만다. 그때에는 국민이 그것을 견제할 수 없다. 그들은 제도를 뜯어고쳐가며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히틀러나 무솔리니 등의 독재자들은 그것을 잘 이용하였다. 이 책은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진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을 소개하려고 글을 적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아주 느리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고 서로가 견제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관심 있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 정상화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검찰들이 보인 단체행동은 공무원법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두려움으로 느껴졌다. 저 집단이 군대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자칫하면 다시 군부 독재 시대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북 토크 마지막 즈음에 얘기하는 말이 좋았다. 민주주의는 절차대로 그대로 이행하는 쪽이 결국 유리하다는 말이 참 답답하면서도 생각해볼 만 얘기였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민주주의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얘기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느려서 이제는 폭발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양쪽으로 갈린 진영은 서로가 서로를 적당히 견제하면서 수십 년을 나눠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강한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 옛날 노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의 응어리가 터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그런 강성 지지가 내 안에 파시즘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지 생각을 해본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개인의 생각은 다르다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다양성을 확보해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많은 의견이 타협점을 찾아 가장 좋은 해결안을 도출하는 것이라면 지금은 솔직히 조금 암울하다. 노회찬 의원이 사라진 정의당은 색깔을 잃어버렸고, 안철수 전의원이 갈피 못 잡은 국민의당은 사라져 버렸다. 다들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결국 밥그릇 싸움만 하다 보니 또다시 두 개의 정당이 되어 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받아들이고 절차대로 진행하라고 하셨다. 결국 기각되어 복귀하셨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핵이라는 기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눴다. 판단은 상대적이라 노무현 대통령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선례가 없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도 기각되었을지 모른다. 이번에는 조국 전 장관이 소환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청문회는 모두 조국 전 장관의 잣대에 맞게 검증되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것은 윤석열 전 총장이 남긴 선례다. 

  이런 선례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옭아매는 장치가 되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검증의 잣대가 엄격해지고 더 청렴한 사람들을 출현할 가능성에 기대를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치가 치열할수록 국민에게는 더 좋은 걸지도 모른다. 단, 국민들이 무조건적인 편들기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선동당하지 말고 더 잘하는 자들에게 당근을 주는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념적인 지지보다 이성적인 지지를 해야 하고 그러길 위해서 더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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