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에서 스치듯 지나간 책장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책이 있었는데 박보검이 언급하는 바람에 아마 이슈가 되었지 싶다. 나는 박보검보다는 책 표지의 독특함이 더 눈길을 끌었다. 글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무렇게 이뤄져도 결국 글이 되는 과정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었다.
작가 '은유'는 글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다. 그저 책 속에 문장이 좋아서 문장을 모으던 문장 수집가다. 그리고 글 쓰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그녀는 수다 대신 글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글을 쓰지 않는 것이 글을 쓰는 것보다 고통 사람들만이 결국 글을 적는다는 작가의 말이 공감이 되었다.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것과 발주처가 생겼다는 것의 의미는 많이 다르다. 즐겁기만 하던 취미생활이 직업이 되는 순간 힘듦이 생기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다. 작가 또한 글로 돈을 벌기 시작하니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다고 한다. 동사 하나, 부사의 쓰임새 같은 걸로도 좋은 문장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타협 없는 퇴고의 시간은 마감이라는 강제력이 없다면 작가로서는 끝을 내기 힘든 작업이기로 하다고 했다.
글을 쓰는 것을 미루겠다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테드 구저>의 말이 따갑다. 자기가 쓴 이상한 글을 봐야 하는 형벌에서 벗어나려면 계속 다음 문장을 쓰는 수밖에 없다는 은유 작가의 말도 공감이 간다. 이 말은 대부분의 작가들의 글에서 확인할 수 도 있다. 웹툰 작가도, 소설가도 심지어 프로그래머도 똑같은 얘기를 한다. 결국 엉덩이가 실력을 늘리는 것이다.
글쓰기는 결국 자기를 남에게 보여주는 용기이다. 글을 내보인다는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없다는 글을 내어 보인다는 것은 쉬운 작업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글쓰기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성복 시인이 얘기한 "글쓰기는 오만한 우리를 전복시키는 거예요"의 말 뜻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론적인 얘기보다는 문인들의 글을 통해서 자신을 생각을 정리해 낸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도 지금 읽을 때에도 잔잔하면서도 핵심을 비껴가지 않은 글이 좋았다. 글의 테크닉보다는 글을 쓰는 마음에 대해 얘기하는 이 책을 읽으면 음식을 하듯 자연스럽게 하라는 하루키의 얘기와 대접하는 음식을 만들 듯 정성을 들인다는 작가의 말에 대해 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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