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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녀의 시크릿 단어 사전 (북마녀) - 허들링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3. 8. 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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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부터 웹소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웹소설의 웹툰화나 드라마화가 인기를 끄는 주요 요소가 되기도 했고 웹소설 시장 자체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월천작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처음에는 월천이라는 무협 작가인 줄..) 웹소설은 로맨스, 판타지, 무협이라는 메이저한 장르 소설을 밑바탕으로 BL, GL, 19금 등의 카테고리까지 포함하고 있다. 쉽고 빠른 전개와 확실한 클리셰로 한 회 한 회 독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생각 해 보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하다.

  장르 소설의 시작은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네이버에서 웹소설 공모전을 펼치면서 웹소설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정착되었다. 네이버나 카카오스토리 등의 대형 플랫폼의 등장으로 시장은 성장하고 성공한 작가들이 늘고 있다. 쉬운 접근 덕분에 많은 글쟁이들이 덤비고 있지만 막상 공모전 글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 탑티어 웹소설은 순문학만큼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웹소설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해도 글쟁이의 기본은 필요하다.

  이 책은 웹소설을 알아보기 위해 자주 들리는 '북마녀'의 유튜브 채널에서 먼저 만났다. 물론 다른 책들도 모두 소장 중이다. 작가들 채널에서 얻는 것이 있지만 웹소설을 다루는 편집장의 시각은 보다 넓은 것 때론 냉정함이 담겨 있다. 단어 사전이지만 단어보다는 중간중간에 적어 놓은 웹소설 시장의 현실에 관한 얘기가 좋았다. 

  군더더기를 지우라고 배우는 일반 소설 쓰기와 달리 웹소설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왜냐면 적어도 100화에서 많게는 300화를 훌쩍 넘기는 '양' 때문이다. 그리도 빠른 전개와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쉽게 써야 하며 클리셰 위주의 정해진 패턴을 사용해야 한다. (클리셰든 비틀기든 어느 정도 약속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그건 바로 서사를 쌓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회차에 들어가도 이해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문학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지 않을 수 있지만 웹소설 시장만의 독특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그렇다. 의사가 있다. 이 의사의 능력을 표현하려면 꽤 많은 문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웹소설에서는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레벨 10이 만렙인데 레벨 9 정도의 의사다. 이건 꽤나 비약적으로 예시를 들었지만 웹소설 독자에게는 패턴이다. 그들은 서사를 기다려 주질 않는다. 

  사실 웹소설을 처음 열었을 때의 그 낯설음이 기억난다. 분명 조지 RR의 작품이나 이영도 작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의천도룡기나 천룡팔부도 다른 엄청 스피디하면서도 가벼운 그 문장들의 낯섦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소위 베스트셀러들은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공모전 도전작 몇 개 열어 봤을 때는... 정말 실망.. ㅎㅎ) 

  이 책은 웹소설을 쓰기 위한 작가의 최소한의 어휘를 담았다. 웹소설은 어려운 단어를 쓰면 안 된다. 그리고 서양풍의 로판(로맨스 판타지)에서 사자성어의 지양을 얘기한다. 15금과 19금 사이의 아슬아슬함을 얘기한다. 회차마다 5천 자를 써내야 하는 웹소설에서 문장을 늘이면서도 맛깔남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결국 어휘력 싸움이다.

  긴 만큼 같은 상황이 자주 나온다. 그럴 때마다 다른 어휘를 사용한 다채로운 문장으로 지겨움을 없애야 한다. 결국 어휘와 관용구가 필요하다. 형용사나 부사를 배제할 것을 요청하는 문학의 글쓰기와 다르게 독자의 머리에 이미지를 그려줘야 하는 웹소설은 적절한 형용사와 부사를 섞어야 한다. 하지만 과해서도 안된다.  결국 어휘력 싸움이다.

  작가가 말하듯 놀라진 않았다. 99.9%가 아는 단어였다. 그럼에도 필요한 이유는 읽는 능력과 쓰는 능력은 다르기 때문이다. 읽어서 아는 단어가 쓸 때는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바로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고 읽지만 그만큼 글을 써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쉬운 단어지만 웹소설은 이 정도의 단어로 적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더 어려운 단어를 써내는 건 작가의 자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재미 위주의 장르 소설에서 어려운 단어를 찾아가며 읽을 독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집착은 이별을 부를 뿐이다.

  당신이 웹소설에 도전장을 낸다면 공부가 필요하다. 단어를 엄청 많이 알고 있더라도 한 번쯤 펴보는 것도 괜찮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 두는 건 가장 중요한 것이며 단어 이외의 웹소설만의 특징을 알려주는 유익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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