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소설의 대가라고 불리는 <스티븐 킹>. 사실 그의 작품은 아직 한 편도 읽어 보질 않았지만 자주 들어 익숙하다. 글쓰기 책을 먼저 만난 건 그의 유명세도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이 책을 읽은 후기들이 마음에 들어서였기도 했다. 그는 참 유쾌한 사람인 것 같다.
<테드 창>이 이성적이고 뭔가 공식적인 글을 쓴다는 느낌이 강하다면 (그는 실제 공돌이기 이기도 하고) <스티븐 킹>은 많이 감각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인 것 같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스토리라는 것이며 이것은 결국 자기만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플롯과 상징성 등을 강조하는 여느 글쓰기 책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작품은 어느 날 잠깐 만난 신과의 대화 같다는 얘기를 하는 이가 많지만 그는 그런 뜬구름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작품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작업이고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 같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는 모든 것은 스토리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인물들에 이끌려가며 글을 완성해 가는 것이 두근거리는 일이라고 했다. 작가도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감흥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작가가 좋아하지 않은 캐릭터는 독자도 좋아하기 쉽지 않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독서는 공부를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좋아서 읽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책 보다 나쁜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또한,
'나도 이것보다 잘 쓰겠다. 아니, 지금도 이것보다는 훨씬 낫지!'
한창 노력 중인 풋내기 작가에게, 이런 생각이 드는 작품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작가를 느끼는 것보다 큰 용기를 주는 일이 또 있을까? (이런 위트를 날리는 스티븐 킹의 작품이 어떨지 기대된다. ) 우리는 형편없는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배운다. 그런 단점을 알아두면 내 글에서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문체를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나만의 문체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폭넓은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 작품을 가다듬어야 한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은 글을 쓸 시간도 없는 사람이다. 독서가 정말 중요한 까닭은 우리가 독서를 통해 창작의 과정에 친숙해지고 또한 그 과정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꾸준히 읽으면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지점에 이를 수 있다.
어떤 것을 쓰든 진실되게 써야 한다. 진실되게 써야 한다는 말은 아는 것만 쓰라는 말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자신이 쓰고 싶은 것에 대해 써야 한다. 그리고 구성한 인물과 배경에 솔직해야 한다. '제길'이라고 얘기할 만한 인물을 설정해 두고 '이런'이란 말을 하게 만들면 안 된다. 작품의 인물들은 독자에게 낯설지 않아야 한다. 인물이 하는 행동은 독자가 납득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적 우수성에 이끌려 소설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스토리를 보려고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이다. 스토리와 관계없는 많은 문장은 작가에게는 소중할지 몰라도 독자는 관심이 없다. 심리적 묘사는 행간에서 느낄 수 있으므로 굳이 글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스토리와 관계없는 묘사는 과감하게 제외해야 한다. 쓸데없는 부사 사용은 피해야 한다. 상투적이고 관용적인 은유나 묘사는 작품성마저 훼손시킨다.
수정본 = 초고 - 10%
글은 두 가지 방법으로 써야 한다. 첫 번째는 문을 닫고 써야 한다. 주위의 말을 사실 관계를 신경 쓰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스토리를 빠르게 전개해 나간다. 하루에 2천 단어씩 3개월을 쓰면 책 한 권을 채울 수 있는 분량이 된다. 그리고 그대로 둔다. 내 글이 생소할 만큼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번 읽으며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 스토리와 상관없는 부분들을 제거해 나간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다는 말은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와 관계없는 문장이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었다.
재능 앞에서 노력은 조금 초라할지 모르겠지만, 노력은 대단한 작품을 쓸 수 있게 만들 수는 없지만 꽤 괜찮은 작품은 쓸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풍부한 어휘, 정확한 문법을 구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단의 구조와 모양은 은연중에 스토리의 무게를 표현할 수도 있다. 플롯과 상징성은 스토리에 집중하면 자연스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얼마 전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 작가가 유시민 작가와 북토크를 했다. 유시민 작가가 글을 참 잘 쓴다고 하고 '문창과' 나와서 그런 거 아닌가라고 질문하니 정지아 작가는 '문창과'를 나오면 글을 잘 쓸 순 있지만 위대한 작가 중에 문창과 나오는 이는 없다고 화답했다.
스티븐 킹이 말한 것도 그것이 아닐까. 플롯에 집착하는 순간 스토리는 우리 속에 갇혀 버린다. 스토리가 날뛰게 만들어줘야 한다. 플롯은 좋은 글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아니, 모든 것은 다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으려면 정확한 사용법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글은 쓰고 싶어야 한다. 쓰고 싶을 때 쓰는 글이 좋은 글이다. 많이 쓰고 많이 다듬으면 분명 좋은 글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할 수 있고, 우리도 해야 한다. 그리고 해낼 것이라고 얘기하는 저자의 응원이 좋았다. 글쓰기는 공짜다. 그리니 마음껏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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