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정치 | 사회

스티그마 (어빙 고프만) - 한신대학교출판부

야곰야곰+책벌레 2022. 4. 21. 13:35
반응형

  다양성과 존재의 인정을 말하고 있는 현시점에도 수많은 차별과 편견 존재한다. 몇 해 전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아시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행이 일어났다. 성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군인을 죽음에 몰고 가기도 했고,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도 싸늘한 눈길을 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더 사소하고 개인적이 게는 성격이나 외모 때문에 공격을 받기도 하고 이혼이나 병에 대해서도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모두 말하지 못할 비밀을 안고 살아가고 그것은 하나의 낙인처럼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넓은 의미로 우리 모두는 한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

  정상인이란 무엇일까? 무리의 '다수'가 정상이라고 간주한다면 무리에서 핍박을 받거나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비정상인, 장애인, 일탈자, 이방인 등 수많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만 책에서는 그들 모두 Stigma(낙인)을 가지고 산다고 얘기한다. Stigma는 신의 흔적을 얘기하는 성흔과 신체적 이상을 얘기하는 중의적인 단어이지만 최근에는 신체적 이상에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Stigma를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면서도 강렬하다.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고 더 깊이 있는 책을 읽고 싶어 집어 들었지만 만만치 않았다. 역자 또한 저자의 독특한 문체에 애를 먹었다고 하니 눈으로 훑어가는 첫 번째 독서에서 내가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은 분명 많지 않았다. 단지 책은 강렬했고 심상치 않았다. 단순한 차별 금지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다. 사회 구성원을 '정상인'과 '일탈자' 혹은 '정상인'과 '낙인자'로 분류하며 이런 사회 구성은 당연한 것이고 서로 바뀌어가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단지, 정상인으로 살아가는 혜택이 많기 때문에 낙인자는 정상인으로 행동하는 법을 잘 알고 있고 정상이 되었을 때에도 쉽게 적응하지만 낙인자가 된 정상인은 자신이 어떤 피해를 입을 것인지 알기 때문에 적응이 무척 힘들 수 있다는 얘기도 함께 하고 있다.

  낙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장애나 흉터 등의 신체적인 혐오에서 오는 낙인. 의지박약, 잔혹함, 중독, 동성애, 실직, 자살 등의 개인의 기질에서 나타나는 낙인. 마지막으로 인종, 민족, 종교에 대한 종족 낙인이 있다. 특정 낙인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운 처지와 관련하여 비슷한 학습경험과 유사한 자아개념의 변화를 겪는다. 다른 말로 유사한 모럴 커리어(moral Career)를 경험하게 된다. 모럴 커리어는 자기가 누구인지 인식을 의미하며 타인의 반응에 의해 형성되는 역할과 기대를 말한다. 이 과정 속에서 낙인을 가진 사람은 정상인의 관점을 배우고 통합하며 특정 낙인을 지닌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학습하게 된다.

  낙인에서 중요한 부분은 '가시성'과 '돌출성'이다. 회의를 한다고 가정하자. 회의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온 장애인은 가시성이 높다. 누가 봐도 장애가 있다. 하지만 말을 더듬는 사람은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막상 회의가 시작되면 말을 더듬는 사람은 도드라진다. 돌출성이 높은 것이다. 이로 인해서 낙오에는 '불명예자'와 '잠재불명예자'로 분류할 수 있다.

  잠재불명예자들은 최대한 정상인처럼 행동하려 노력하는 이런바 '패싱(passing)'을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음을 스스로 알게 된다. 불임이나 무정자증 혹은 내적 질병, 인공 항문 더 나아가서 범죄자, 약물 중독 등이 그렇다. 불명예자들은 이미 낙인자 표시가 나기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수용' 혹은 '은폐'이다. '수용'은 그들과 관계하는 사람들은 그의 사회적 정체성 가운데 마땅히 표해야 하고 마땅히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존중과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꽤 정확하다. 은폐는 낙인을 최대한 숨기는 것이다. 맹인이 선글라스를 쓴다는 것 다리가 없는 사람이 의족을 착용하는 것이 그렇다. 누가 봐도 알아챌 수 있는 낙인이지만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인과 낙인자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슬퍼하거나 분개하고 자신을 불쌍히 여길 필요는 없다. 정상인이 정말로 낙인자에게 해를 입히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낙인자는 경멸, 냉대 등의 적절치 못한 것에 괘념치 말고 동정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정상인들을 재교육시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하나하나 비교하며 외모는 다르지만 그 외모 밑에는 낙인자도 완전한 인격체임을 조용히 그리고 우아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낙인자도 전적으로 사회로부터 파생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정상인과 낙인자는 그저 사회를 구성하는 것들일 뿐이다. 부유한 사람이 있고 가난한 사람이 있듯 그렇게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그들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저 살아가기에 엄청 힘든 상태인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듯 정상인들은 낙인자들에게 그렇게 배려를 나눠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야말로 사회심리학 교재 같은 책이었다. 장애 혹은 온갖 콤플렉스로 사회로부터 자신을 숨기려는 인간의 모습을 감정을 제거한 채 건조하고 학문적으로 대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노력들을 알 수 있었다. 낙인이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낙인을 남긴 우리의 시선의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