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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정명원) - 한겨레출판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4. 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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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가 해방되고 많은 일을 겪으면서 빠른 안정에 위해서 검찰에 쥐여줬던 막강한 권력. 세계 어디에도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검찰과 심한 마찰음이 나고 있는 최근이다. 법을 수호하는 수호신에서 어느샌가 정치에 붙어 카르텔을 만들어진 검찰의 권한을 줄일 필요가 있다. 고인물과 집중된 권력은 썩게 되어 있으니까. 지난 대선에서 유시민 작가가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며 언급한 이 책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남아 있는 검사들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능력주의, 성과주의는 검사 속에서도 존재한다. 검사의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범죄를 발견해 입건하는 인지와 검찰에서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피해자를 구속하는 직구속을 많이 해야 한다. 자연스레 검찰은 특수부를 중심으로 구심점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냉정하고 감정이 없는 듯한 드라마 속 검사들과 닮아 있다. 하지만 책 속에는 기소보다 불기소를 더 많이 하는 검사. 법정에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검사. 민원인들의 사정에 검사 본연의 입장과 사람의 마음에서 고뇌하는 검사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책을 집필한 정명원 검사는 워킹맘이자 검찰청에서는 외곽주의자다. 처음에는 중앙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검사가 적성에 맞는지에 대해서 고민도 많았지만, 모두가 구심력에 쏠려 가운데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외곽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가진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모든 외곽주의자들은 낙오자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처음에 등장하는 연수생 시절의 일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검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파주의 한 요양원으로 봉사를 나간 연수생들은 어르신들이 모두 잠든 후 풀을 뽑기로 했는데 그 풀 중에는 나물도 있어서 잘 구분해서 뽑아야 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저자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곧잘 해나가지만 우수하다는 사법 연수원 동기들은 도무지 뽑질 못하고 있었다. 확증이 없이는 유죄를 만들 수 없는 법조인의 습관이 몸에 배어버려서 그랬으리라. 그중에 우수한 녀석이 저자에게 어떻게 구분하냐고 묻는다. 수많은 면을 보고 골라내는 것이지만 말로 다 담지 못해 저자는 '줄기 쪽의 털의 유무를 설명한다.' 연수원생들은 갑지가 털이 있는 녀석들을 모조리 뽑아내어 버린다. 

  기본적으로 단호함과 성실함일 가진 법조인들에게 주어진 확고한 기준은 어떤 비극이 될 수도 있는 무서운 일이다. 세상의 많은 면이 있는데 어떤 면을 들여다 봄에 따라 그 죄는 크기가 달라진다. 어느새 말끔하게 정리된 잔디밭을 보며 저자는 자신도 모른 채 뽑혀 나갔을 나물들을 보며 법조인의 책임의 무게를 느끼는 듯했다.

  검사에 대한 자질은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약간의 상상력'라고 얘기한다. 자신이 겪어보지 못하는 삶에 관해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최근에 일어나는 잔인한 일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이 법조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어서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들도 부유하게만 살아서 약자의 삶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서 그럴까? 약자들이 더 많이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상상력의 경우에는 예전과 조금 달라진 면은 있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나열된 증거를 통해서 범죄를 재구성하고 범인을 유추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업무였다. 우리가 사랑하는 셜록이나 뤼팽 그리고 코난 같은 것들이 모두 그렇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한 최근에는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데이터들이 넘쳐난다. 오히려 사실을 앞에 두고 저것은 진짜 사실일까라고 되물어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사실일까? 똑똑한 범죄자들은 진실을 가장한 가짜를 뿌려서 현혹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은 범죄의 평범성을 부여했다. 사기를 치기 위해서는 능수능란한 언변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시도할 수 있다. 엄청난 장비가 필요했던 몰카는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소형 디지털카메라도 가능해졌다. 파파라치도 누구든지 할 수 있다. 기술의 발달은 범죄를 찾아내는데 유용하지만 범죄에 평범함을 부여해버려서 누구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누구나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 알기 때문에 더 무섭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채 검사의 일을 행하다 보면 가슴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마음들에 대해 규명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철저한 규명 끝에서도 확정적인 안심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의 경계에서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지에 대한 경계는 늘 어렵다. 검사는 언제라도 조금씩 주춤거리는 인간이다.

  지금은 국민의 적이 되어버린 검찰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소위 기득권 세력은 늘 수정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기득권과 외곽 주의자는 분명히 분리되는 것 같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검사가 된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돈 잘 벌어서 의사가 되려는 사람이 많은 것에 비해 하루에 한 시간도 제대로 자질 못하고 늘 응급실과 수술실을 오가는 의사들도 많다. 

  인간에 대한 이해. 그것은 나의 판단으로 타인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검찰에 대한 엄청난 비난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사람에 대한 이해'를 망각한 정치 검사들이 검찰을 대표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권력의 무서움을 알고 노력하고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반대에 있는 피고인의 마음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참에 검찰도 권력을 조금 내려두고 매일 하나씩 배당되는 사건 그리고 기소하지 않으면 성과를 받지 못하는 시스템 등을 고쳐내서 정말 정의를 위해서 노력하는 멋진 검찰이 더 많아지기고 대접받길 바라본다. 쉽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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