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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이재명) - 아시아

야곰야곰+책벌레 2022. 4. 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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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영남에서 태어났고 그중에서도 보수 색이 강한 서부경남에 살았다. 처음 가져 본 투표권으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다. 당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정말 대단한 토론을 했었다. 얼핏 본 토론에서 한나라당 정책위원장의 논리정연한 정책 설명에 대단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눈 뜨고 보기에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수준의 토론이었음을 생각하면 정치는 퇴보하는 것일까 시민들의 삶이 퍽퍽해서 민주주의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일까 잠깐의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의 의지와 달리 뽑힌 노무현 대통령은 겪을수록 좋은 점이 많았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당당함이 좋았다. 나라의 변화는 스펙트럼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좋아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망치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국정 운영에 얼마나 진심인지만 보았다. 국민들에게는 몸을 한 없이 낮췄지만 법조 카르텔과도 맞서고 언론과도 맞섰다. 미국에게는 작전통제권을 내놓으라 하고 반대하는 장성들에게는 호통을 쳤다. 일왕과 만날 때에도 머리를 숙이는 일이 없었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아주 당당하게 얘기했다. 나의 눈에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주의자였다.

  이재명이라는 사람은 내 머릿속에는 그다지 임팩트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느 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어 있었다. 많은 기득권들에게 공격당하는 그를 보며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여러 단체와 진행했던 대담이라던지 경기도지사와 성남시장으로 진행했던 일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대선 후보로 외롭게 고공 분투하는 그를 보며 거칠지만 인간 냄새나는 사람인 것 같았다. 

  노무현재단에서 진행하는 <알릴레오 북>에 출현한 이재명 후보와의 얘기를 들으며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누구보다 처절하게 지금의 위치까지 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구입하였다. 사실 궁금한 정치인들의 책은 한 권씩 사보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이 가장 많고,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책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책도 오세훈 서울 시장의 책도 있다. 

  자서전이라는 것이 미화를 기본적으로 하기 때문에 모두를 믿지는 않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워딩과 평소의 행동을 비교해보면 감을 잡을 수 있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의 대부분은 알릴레오 북에서 들었던 많은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이재명은 지극한 실용주의자이며 현실주의자이다. 저 멀리 보이는 대의보다 공장을 다니는 여동생의 아픔이 더 가까웠던 사람이다. 기득권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주위에다가 자신의 소명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다녔다. 따신 밥을 먹고 따뜻한 방에 들어가면 다시 차가운 거리로 나올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랬다. 사회 운동 같은 것은 부잣집 애들이 하고 가난한 애들은 공부해야 한다고 얘기했던 그는 운동한 친구들에게 늘 부채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판검사를 거치지 않고 20대에 바로 인권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것도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리라.

  이재명은 권력을 잡기 위해서 무언가를 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권력이 필요했다. 파크뷰 특혜사건을 폭로하다가 검사 사칭 공범으로 유죄를 받았고 성남시립의료원 건립을 추진하다가 특수공무집행 방해로 유죄를 받았다. 2주 넘도록 20만 넘게 서명에 참석했지만 시의회는 47초 만에 폐기해 버렸다.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이 국민들의 의견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었다. 그는 결국 성남 시장이 되어 성남시립병원을 짓는 데 성공한다.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것이다. 지금부터 얻는 것은 덤이니 잃어도 좋다.', '우리가 양심을 팔려면 얼마나 받아야 할까?'라는 대목에서 그가 왜 거칠고 직진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변호사 시절에는 끊임없이 공부했고 이길 수 없는 소송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가 공약 이행률이 98%에 달하는 것은 아마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것은 약속하지 않는 그의 성격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대선이 끝나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비난만 가득한 그런 책들은 보고 싶지 않았다. 좋을 것 같은 사람이 왜 좋은지가 궁금한 것이지, 싫은 사람이 더 싫어질 이유를 찾는데 에너지를 쏟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약자였고 자라서는 약자의 편이고 싶은 사람이었다. 못 먹었던 것이 기억나서 무상급식을 시작했고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부러워서 무상 교복을 만들었다. 다친 팔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던 기억이 성남시립병원으로 이어졌다. 

  가진 자가 가진 자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이치일 수 있다. 유한계급들은 그들의 계급을 지킬 필요가 있다. 힘도 있는데 뭉치기도 엄청 잘 뭉친다. 힘이 없는 자들은 힘이 없는 자들 것을 뺏는다. 힘이 있는 자들의 것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단 생각이 든 것일까? 요즘 게시판을 보면 투우장의 소처럼 국민들끼리 싸운다. 기득권들은 스낵을 들고 구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민이 주인이라고 맨날 외쳐본 들 무슨 소용일까? 우리의 칼 끝은 기득권을 향하지 않고 서로를 겨냥하고 있는데..

  대선 이후로 부쩍 정치, 사회 서적에 눈이 간다. 언론들은 저널리즘을 잃었다. 같은 정책이라도 누가 말하냐에 따라서 완전 다른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직접 눈으로 좇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잘 정리된 한 편의 논문 같은 기사를 읽고 싶다. 신변잡기식 기사는 연예 섹션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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