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견문록이라는 꽤 동양적인 이름을 가진 이 책은 '뉴욕'이라는 매력적인 서양을 탐방하고 온 사람의 기록물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다. 미국에 발을 들였던 보잉사 견미 사절단의 느낌을 내고 싶었던 것 같다. 뉴욕을 여행하는 단순한 여행 기록물이 아니다. 뉴욕 와닿아 있는 역사의 끈을 잡고 세계의 어디로던지 떠난다.
뉴욕에서 만나는 랜드마크들과 이어진 세계사와 한국사를 얘기하는 인문교양서라고 불릴만한 이 책은 트로이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은 왜 뉴욕으로 떠나야 하는지를 얘기하며 시작된다. 뉴욕이 매혹적인 도시임은 틀림없지만 그런 흔한 이유를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영어의 흔적들과 서양의 문화들을 얘기한다. 우리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이제는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서양문명들의 본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서양 문물이 모두 모여든 곳 세계 최고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뉴욕은 첫 방문지로 손색이 없다.
이 책을 요약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공항에서 발길 닿는 곳으로 가다 보면 이내 회상에 잠긴다. 그곳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브로드웨이에 도착하면 뮤지컬을 얘기한다. 뮤지컬을 얘기하다 보면 뮤지컬의 또 다른 메카 영국을 얘기한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의 뮤지컬 실정을 얘기한다. 자연스레 우리나라 뮤지컬의 역사로 이어진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타임스퀘어에 도착해서는 타임이라는 유례를 설명하다가 The Times를 설명하다가 전 세계에 있는 Times에 대해서 얘기한다. 뉴욕 공립도서관을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를 따라 고려의 금속 활자까지 나온다.
가벼운 마음으로 뉴욕 여행길에 오르는 기분으로 책을 펼쳤지만 세미나에 참가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엄청난 양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서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려면 역시 넓고 얕은 지식이 필요한 듯하다. 과학에서 역사 그리고 예술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스펙트럼을 가진 책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얘기들이 있지만 천천히 곱씹지 않으면 금방 놓치고 만다. 안내자를 따라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다시 돌아오곤 한다. 서양 문화의 종착역인 뉴욕에서 작가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뉴욕을 기점으로 서양의 거점을 한 군데씩 방문하다 보면 조금 수월해질 것 같기도 하다.
뉴욕으로 쏟아졌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 펼쳐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화제 전환에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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