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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 현대문학

야곰야곰+책벌레 2022. 3. 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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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정과 열정 사이'가 두 세트가 되는 바람에 한 세트를 나눔 하려고 올렸더니 나에게 몇 권의 책을 선물로 도로 나눔 해 주었다. 박완서 작가는 귀에 익을 만큼 많이 들었지만 작품은 처음으로 접했다. 이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2010년 출판작이라 오래전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다.

  책은 모두 3부로 이뤄져 있고 1부는 에세이, 2부는 도서 서평, 3부는 지난 인연에 대한 회상으로 이뤄져 있다.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1부가 좋았다. 

  6.25를 몸으로 겪은 작가는 그때의 경험을 자주 얘기한다고 했고 그것이 자신의 작품에 큰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원래는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지만 전쟁은 다른 인생을 강요했다. 자신이 원래 가보려 했던 길을 가지 못한 아쉬움은 지금의 성공이 크다하더라도 꿈꾸던 인생보다는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그 시절에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쉽지 않았던 시절. 대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전쟁에서 느꼈던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 2002년 축구로 하나가 되었던 그날의 열기 그 속에서 느꼈던 빨간색에 대한 거부감. 같은 해 일어났던 연평해전에 대해서 슬픔과 분노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두려움을 얘기한다. 1.4 후퇴 때 결국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을 버리고라도 도망쳐야 하는지 두려움과 이기심 그리고 책임감 사이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고, 빨간색만으로도 빨갱이로 몰려 잡혀갔던 예전의 경험으로 be the reds라는 구호의 환희 속에서도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이 있음을 고백했다. 연평해전으로 우리 군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잃어버린 아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얘기하는 작가는 그런 글의 힘을 믿고 있고 조금은 비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으로 적지 않고 치유를 할 수 있는 게 어떨까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소되었던 남대문의 기억. 일본과 한국에서 만난 두 연변 동포의 처지에 대한 이야기. 고향 개성에서 자주 쓰던 '야바위 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는 말에 대한 이야기 등이 재미나게 적혀 있었다. 최근에 나오는 에세이들보다 훨씬 예전의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지만 그래서 추억과 함께 소환되어 오기도 했다.

  2부에서 소개한 책들 중에는 이청준 작가의 '별을 보여드립니다'가 눈에 띄어 구매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어마 무시해서 포기했다. 3부에서는 박수근 화백에 대한 추모가 좋았다. 인간의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이기적으로 변하는지 깨닫는 모습이 좋았다. 

  자신의 아픈 모습, 나쁜 모습을 글로 표현하는 작업은 쉬운 일은 아닐 터이지만 박완서 작가의 글에는 그런 망설임은 없다 오히려 지금 깨달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얘기하는 듯했다. 이런 인간적인 솔직함이 이 작가의 묘미인지, 오랜 세월을 살아보니 통달하게 된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으로 묘사해서 조금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겠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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