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해내지 못하듯 유년시절을 지낸 인간은 성인이 되고 나서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그다지 남아 있지 못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그네들의 입장에 서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입장이 다른 존재가 된 것이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그것으로도 하나의 완벽한 존재이다. 여타 동물처럼 태어나자마자 독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부모와 사회의 보살핌을 받아야 해서인지 우리는 어린이를 미완의 존재로 여기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익혀온 생존의 전략을 그들에게 주입하려 꽤나 노력한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가끔 놀라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조금 느리고 조금 엉뚱하지만 기발하기도 하다. 예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기도 한다. 머리가 단순해질수록 속도가 빠를 수 있는데, 그래서 어른들의 창의성이 떨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어린이들의 글쓰기 교실을 하면서 어린이들과 나눈 교감에 대해 얘기한다. 여러 아이들을 통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와 함께 즐거움도 가져다준다. 아이들의 귀엽고 기발한 생각. 계산이 없는 관계 설정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행동에 위로받기도 한다.
아이를 길러보지 못해서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린이들만의 사회를 가지고 있다. 아직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면 식당이나 대중교통 속에서의 아이의 울음이나 장난이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과도한 장난은 나도 사실 이해하기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린이는 미래의 주축이 될 것이라 바르게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최근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인들의 횡포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어른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똑같은 어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구의 문제도 마찬가지 않을까. 어린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면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많아지지 않을까. 자라면서 행복을 많이 느낀 세대들은 다음 어린이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각박해지는 세상 전쟁터 같아지는 세상에서 제대로 견뎌내라고 단호한 태도를 자주 보이는지 모르겠다. 어린이의 미래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어린이를 존중하는 것은 어른으로서 존중받을 만한 일이 될 것이다. 어린이 문제는 어느 한순간의 문제가 아니라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개선되어 갈 것이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의 첫 번째 어린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봄은 어떨까. 아이와 어른이 서로 존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기분 좋은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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