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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엘리트의 한국 사회 지배

야곰야곰+책벌레 2022. 2. 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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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가 제목을 조금 자극적으로 뽑았지만, 꽤 유익한 내용의 동영상이다. 김누리 교수는 한국 사회의 교육과 정치에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는 분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는 분이다. 그동안 김누리 교수의 독일 사랑에 조금 불편한 감정이 있었는데, 이 영상으로 완전히 털어낼 수 있었다. 그가 항상 독일을 예로 드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이 독일이고 다른 나라의 예를 들기엔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했다. 그동안의 의문에 풀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최고의 자살률과 불평등, 매년 수 없이 죽어나가는 산업 노동자, 0.837 수준까지 떨어진 출산율이라는 아픈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지옥>이라고 부를 만큼 병들어 있다. 현재 한국 사회는 공동의 장에서 소외되는 목소리가 있다. 그것은 기득권에 포위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대권을 향해 달리는 모든 후보가 '교육'에 대해서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왜 이렇게 사회적 문제를 거칠게 비판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무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문제는 정치학과, 사회학과의 학자들이 들고일어나서 강하게 비판해야 하는데 아무도 그러질 않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독일의 경우는 학자와 언론의 날카로운 비판에 정치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두 기득권이 붙은 대권에서 조차 언론의 왜곡된 기사들은 우리의 현실이다.

김누리 교수는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말을 빌려 학자의 자세를 얘기했다. 

 학자의 기본자세는
급진적으로 사유하고 급진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협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학자가 정치가가 되는 것이다.

학자는 사회의 기여하는 사람이고 정치가는 그것들 사이에서 타협하는 사람인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 미성숙한 엘리트가 많다. 특히 법조계는 전근대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유독 많다. 그들만 세상이 변했는지 모른 채 30-40년 전의 사고방식을 가진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부를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해 주는 사회는 미성숙한 엘리트를 만들었고 그런 그들도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의사들의 성명서, 양승태 사법 농단, 99만 원 검사 한 명도 기소되지 않은 것 등만 봐도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음>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 알 수 있다.

현 정권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무능> 한 것은 <부패>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촛불집회를 통해서 김누리 교수는 문재인 정권을 제1혁명정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역사적 절실성이 부족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 비전이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그것은 촛불 정부의 정치적 사명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좋은 보수>의 자리를 민주당이 공고히 하고 수구에게 자리를 내어줘서는 안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대권에서 검찰 총장을 하던 사람이 대권 후보에 나온 것은 정치도의적으로도 말도 안 된다는 얘기 었다. 결국 <건전한 진보 세력>이 뿌리내릴 땅을 만들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패착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이런 김누리 교수의 말은 자신의 신념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내가 생각해도 지역감정, 세대 감정이 팽배한 지금 시대에 수구라고 할 수 있는 세력을 보수의 자리에서 밀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학자는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거다.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내야 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우리 교육의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늘 얘기하던 서열 폐지, 입학시험 폐지, 등록금 면제를 주장하였다. 독일은 등록금이 면제일 뿐 아니라 바펙이라는 제도로 생활비가 월 100 ~ 120만 원이 지급된다. 덴마크 또한 월 120만 원이 지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가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인간다운 존엄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40세가 될 때까지도 대학교 졸업생보다 못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년기 시절에 행복하게 살 권리를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정치 교육은 필수다.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잠재적 파시스트를 길러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권위주의적 사상과 가부장적인 사상, 강자 동일 시, 약자 혐오 등은 모두 파시즘의 일부다. 독일에서는 68 혁명으로 상식이 되어버린 <남녀평등>의 문제도 우리나라는 지금 대권에서 갈라 치기를 시도해서 효과를 볼 정도다. OECD가 유리천장 지수를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 9년 동안 우리는 한 번도 꼴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우던 사람들의 가슴속에 파시즘을 남긴 것이다.'라고 얘기한 브레이트의 얘기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제도적 독재가 끝났지만 여전히 파시즘의 잔재는 남아 있다. 내 안의 파시즘을 인정하고 싸워 이겨낼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돌입하지 않을까 한다는 김누리 교수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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