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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동양화 도슨트 (장인용) - 다른

야곰야곰+책벌레 2022. 2. 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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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에서 동양은 아주 넓은 대륙이지만 동양화라고 하면 한중일 세 나라만을 의미할 정도로 좁아진다. 동양화의 의미는 단순히 동쪽의 나라에서 그린 그림이 아니라 붓과 먹 그리고 화선지로 이뤄지는 기법으로 분류되고 그런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 나라는 아시아의 동쪽의 몇 안 되는 나라들이다.

  청소년을 위한 도서답게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 동양화 전반적인 역사를 설명하고 대표 작가와 작품을 얘기하는 이 책은 다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동양화는 알겠는데, 도슨트는 뭘까? 잠시 궁금했다. 도슨트는 큐레이터랑 비슷한 의미였다. 청소년을 위해 동양화를 친절하게 설명하겠다는 책답게 동양화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아무리 봐도 비슷한 동양화의 분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단지 아쉬웠던 것은 우리나라는 조선 이전 시대의 그림이 거의 없다. 풍류를 즐기지 못해서일까. 전쟁으로 모두 훼손되었기 때문일까. 동양화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전해졌을 법한 고려 시대의 작품이 없어 설명하지 못하는 점은 저자나 나나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여러 그림이 그러하듯 동양화 또한 인물화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실용적이며 왕과 같은 권위 있는 사람의 족적을 남기기에는 인물화가 제격이다. 원나라가 중국에 세워져 화원을 없앨 때에도 인물을 그리는 사람은 남겨 두었다. 당시에는 지위가 높고 권력이 강한 사람을 크게 그렸다. 인물화는 초창기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원에서 그리던 기법이 있었고 원나라에서 쫓겨난 송나라 문인들이 그리던 그림이 있었다. 

  동양화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면 단연 산수화를 들 수 있다. 서양과 다르게 두루마리 형식의 종이라 굉장히 장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기도 했다. 초장기에는 북쪽에서 많이 살아 바위가 많고 장대한 풍경을 많이 그렸다면 남쪽으로 쫓겨난 문인들은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구도 그리고 새로운 기법으로 바뀌기도 했다. 우리가 가장 많아 알고 있는 사군자는 문인들의 예술이었다. 자신들의 인격과 품격을 닮은 대나무, 난, 국화, 매화 등을 그렸다. 사군자 또한 문인들의 거주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북쪽에서 처음 만난 대나무를 보고 자신들과 닮아 지조 있고 곧고 청렴함에 반해 그렸고 남쪽으로 내려가 숲에서 칩거하면서는 난을 보고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나무와 난은 글을 쓰던 문인들이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그림이기도 했다.

  동양에도 지금처럼 전문화가가 있었으나 원나라의 통치하에서 모두 사라졌다. 이에 글을 쓰던 문인들이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그림은 추상적으로 변했다. 서양과 다르게 그림에 글이 잔뜩 들어 있는 작품이 동양에 많은 것 또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는 추사 김정희가 있다. 

  그 외에도 풍속화나 민화 등이 있는데 풍속화는 백성들의 삶을 볼 수 있어 통치에 유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반대로 풍속화를 많이 그려냄으로써 왕이 백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다고 어필할 수도 있었다. 민화는 일본인이 한국에서 이 그림을 보고 이름을 붙이는 바람에 오해가 생길만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민화는 백성의 그림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화에는 왕의 자리 뒤에 놓이는 일월오봉도가 있기도 하거니와 당시에 백성들은 그림을 취미로 그릴만큼 먹고살만한 처지가 아녔기도 했다. 오히려 장사로 통해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자들이 집안으로 꾸미기 위해서 많은 구매 했다고 한다.

  동양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먹을 5단계로 나눠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고 했다. 먹과 붓을 이용해 대작들을 그려낸 동양화의 대가들의 대단함이 엿보인다. 원색적이고 화려한 서양의 그림들이 눈에 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최근에 유행하는 파스텔톤처럼 동양화에는 은은함이 있다. 초장기 동양화의 디테일에 놀라고 산수화에서는 스케일에 압도된다. 대원군의 '난'은 정말 멋들어진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은 말이 필요 없다.

  동양화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음악도 처음 듣는 장르는 생경한 것과 같다. 하지만 보고 이해하고 보면 정말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원초적인 자극이 아니라 스며드는 자극에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게 된다. 동양화에 대해서 좀 알고 싶다면 '청소년을 위한' 이 수업을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일반인이나 청소년이나 동양화에 대해 잘 모르는 건 매 한 가지니까.

눈이 즐거워지는 이런 미술 책들은 항상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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