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기욤 뮈소) - 밝은세상

야곰야곰+책벌레 2022. 1. 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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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읽는 기욤 뮈소의 작품이라 사실 조금 갸우뚱했다. 기욤 뮈소가 글을 이렇게 적었던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세밀한 묘사보다는 닮은꼴을 얘기하고 알 수 없는 결말을 내어 놓고 마무리해 버렸다. 

  디오니소스 신화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예술인 집단을 글에 녹여낸 이 작품은 밝은 세상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BNRF(국제 도주자 수색대)에서 리더를 맡고 있던 록산은 BANC(특이 사건 국)으로 전출된다. BANC는 원래 독특한 사건을 주로 맡는 조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직이 되어 있다. 범죄를 해결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록산에게는 좀이 쑤시는 공간이 될 터였지만 이내 사건이 터지고 만다. 센 강에 나체로 투신한 여인을 하천 경찰대가 구하면서 범죄 집단과 록산의 싸움은 시작된다. 록산은 BANC의 전 국장이었던 마르크 바타유의 조사 자료에서 이 사건의 실마리를 얻는다.

  그리스 디오니소스 신화를 숭배하는 집단. 디오니소스 교로 칭하는 이들에게는 축제였다. 술과 노래에 취한 다음 횃불을 들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눈에 보이는 동물들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고 제물로 바쳐진 짐승 또는 어린아이를 산채로 뜯어먹고 피를 마시기도 했다. 이것은 그들에게 신과의 합일이었고 영생의 행위였다. 디오니소스 교는 그리스의 에로티시즘과 결합되면서 통음과 난무가 생겼고 이 행위는 현실을 벗어나 신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신비적인 요소 인해 사람들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갔다. 그것에 위기를 느낀 그리스는 이를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축제 형식으로 만들어서 행하게 했다.

  작품 속 범죄자들은 자신의 행위를 축제라고 했다. 죽을 사람들은 제물이었고 그들에게는 염소 가죽을 씌었다. 그들에게 자유는 현실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 파괴였고 그들은 완벽한 연기를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잠깐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고 느꼈다. 

  센 강에 이름 모를 여인이 투신을 한 그날은 축제의 서막이었다. 축제는 5일 동안 계속된다. 사건의 실마리를 쫓으면 쫓을수록 이해할 수 없는 증거들만 나타나지만 디오니소스 신화와 연결 고리가 생기면서 점점 범죄의 본체에 다가갈 수 있게 된다. 3명의 제물의 필요한 때, 제물로 지명된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목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범죄의 동기가 생각보다 신선했고 디오니소스 교에 대해서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굉장히 부드러운 문장 때문인지 긴장감이 조금 덜했다. <양들의 침묵> 같이 심장을 죄는 느낌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기억으로는 저자가 문장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보다 문장의 세밀함으로 글을 이끌어 가는 것을 더 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건 희미한 기억 속의 예전 작품의 느낌이다.)

  그럼에도 독특한 범죄 동기. 물 흐르듯 흘러가는 문장들. 잘 엮여있는 스토리는 역시 기욤 뮈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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