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이경희) - 다산책방

야곰야곰+책벌레 2022. 1. 2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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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투 더 퓨쳐를 생각나게 하는 표지와 서정적인 제목. 그리고 천선란, 김초엽을 이을만한 작가라고 해서 두 작가님과 결이 같은 글을 쓰시는 분인 줄 알았다. 여러 작품을 쓰신 듯했지만 이 작품이 나에게는 처음이었고 재밌게 읽기에는 생경한 부분이 많았다.

  SF 세트 같이 많이 다른 6편의 단편을 가지고 있는 이 소설집은 다산책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어디서 발췌했는지 너무 잘 알 것 같은 명칭들, 알 것 같은 전개, 다정하지 못했던 문장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느꼈든 것들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굉장히 많은 공부를 하고 있고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글을 적을 수 있겠다는 정도였다. 그나마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은 <우리가 멈추면>과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였다. <우리가 멈추면>은 가장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감동도 있었다.

  모든 작품의 소재에 SF적인 요소가 들어 있기는 했다. 최근 SF들이 사회 문제와 감동 위주로 쓰이고는 있지만 SF의 빠지지 않는 기본적인 요소는 재미다. 작품 속의 엔터테이너적인 요소가 가지는 장점이 있다. 광활한 우주를 여행한다던지, 우주 전쟁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런 면에서도 이 단편들은 어느 쪽에도 서 있지 않았다.

  여러 장르에 도전을 즐기는 분 같았다.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갔으나 전달하는 방법이 너무 생경했다. 알고 있는 단어지만 쏟아지는 전문 용어들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컴퓨팅 과학에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문화평론가님의 긴 글이 마지막에 함께 실었나도 싶었다. 작품의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어 읽는 것이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나에게는 '그 말인 건 알겠는데요' 정도의 감흥이었다. 어려운 작품이다. 학창 시절 국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죄다 어렵지만 의미가 있었다. 그런 소설을 읽는 소설을 읽는 듯했다. 그런 어려운 메시지를 해학적으로 풀어내려고 했다. 한국의 어느 고전들처럼.. 

  작가의 SF에 대한 대단한 덕심과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스토리 전개는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물음표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예술은 대중의 눈과 귀에 닿아야 한다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조금은 쉽고 친절한 문장이면 좋았을 것 같았으나 개성을 나무랄 수는 없다. 제목에서 말하는 우주가 <마음>이구나는 생각을 다 읽고 나서야 할 수 있었다. 잘 쓰인 글일 테지만 내 마음이 너무 다정하지 못해서 읽는데 많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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