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책을 받아 들었을 때는 에스프레소 마냥 진한 커피 향이 나는 에세이였으면 하는 기대가 분명 있었다. 제목부터 표지까지 커피 향 가득했으니까. 커피는 현대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편의점보다 많은 커피숍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흉내내기 바쁜 커피 생활이지만 충분히 많이 즐기고 있는 나에게는 기대가 있던 책이었다.
커피 향보다 진한 문학의 향의 여운만 남은 이 책은 넥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에세이에서 커피에 대한 내용은 1장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가비로 불렸다는 내용은 새롭게 알았다. 그 옛날에도 여행자가 있어서 분명 커피를 접한 사람은 있었을 것이지만 우리나라에는 한국 전쟁 이후에도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1장에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바흐의 <커피 칸타타> 얘기였다. 4악장 중에 2악장만 완전하다는 이 미완성된 교향곡의 에피소드가 눈길을 끌었다.
그 뒤로는 모두 커피숍, 다방 등에서 이뤄진 에피소드들이다. 한국문학을 여기저기에서 가르치던 분의 글이라 한국 근대 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이상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교수직을 하였기에 한국의 다방뿐 아니라 일본이나 유럽의 카페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기대했지만 현대문학의 에피소드만 가득 안고 책장을 덮었다. 다방이라는 곳이 꽤나 퇴폐적이었다는 인식이 강해서 그 옛날 낭만이 가득했던 시절의 다방의 모습이 상상이 잘 가지는 않지만 찻집 하나 변변찮게 존재하기 힘든 시절에 그곳에서 많은 문화인들이 얼마나 많은 공감과 상상을 나눴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문화적 공간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도 동일했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예술가가 있었고 그들은 생각을 나누며 위대한 작업들을 했었다.
커피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곳에 대한 추억을 써 내려간 책이다. 커피보다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특히 일제 강점기부터 근대까지의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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