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산문집이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일기에서 발췌해서 다시 산문으로 옮긴 글이다. 글에 편집이 있었겠지만 일기의 특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듯한 문장과 디테일이 있다. 약간 내보이면 부끄럽지 않을까 싶은 속엣말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에세이와 일기 그 중간 어느 즈음에 있을 법한 이 글은 작가정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사실 너무 일기 같아서 솔직히 당황스럽기는 했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어떤 이유로 읽고 있어야 하는지 목적을 잃은 독서였다. 글을 쓰는 작가의 사소한 일상 공유? 전업 작가로 불리오지만 글이 잘 쓰이지 않고 게임을 하고 미드인지 모를 그런 것들에 빠져 사는 행동. 상하이로 떠나 했던 여행의 스케치 등 좀 독특했지만 공감의 포인트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실은 개인의 정말 사소한 글이라서 그런지 그냥 읽어 내려가며 피식하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단편씩 블로그에 올라오고 당일 하나의 글 씩 읽어내는 것이었다면 오히려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에 책으로 묶여 있으니 첫 장을 읽고 시작한 마음이 점점 무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BOA의 얘기가 잠깐 생각나듯 자신을 위로하는 것은 자신의 일기일 수는 있겠다. 일기에는 지나간 내가 기록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의 일기가 내 삶을 위로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다. 작가의 삶과 나의 삶이 꽤나 다른 면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가볍고 직설적인 문체. 30대 여성이었다면 조금 더 공감했을까? 나에게는 그야말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많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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