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시로 만나 온 나태주 시인의 에세이다. 어떤 말을 적혀 있을까 내내 궁금했다. 작품은 시종일관 잔잔했고 어리 시절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시골에서 살았던 나에게도 추억을 상기시켰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나태주 시인의 따뜻하고 편안한 문장으로 엮어낸 이 에세이는 넥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나태주 시인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기억이 닿은 부분부터 중학교 입학까지를 적어내고 있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던 유년의 모습이었지만 정겨움이 있었다.
나태주 시인은 아주 훌륭하신 외할머니가 계셨고 선생님도 잘 만나신 듯했다. 책에서 풍기는 외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 가난한 시절 다들 살아내기도 쉽지 않았을 터인데 외할머니는 사랑으로 나태주 시인을 보살폈다. 사랑을 받은 아이는 감성이 풍성해지는 걸까?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 줄 알면서도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알아가고 있는 시점에 외할머님의 위대함을 느낀다.
어릴 적 버스도 제대로 다니지 않던 시골에서 살았던 덕분에 아주 좋은 기억이 많다.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지만 학원 다니기 바쁜 요즘에 애들에 비하면 나는 분명 풍성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한국 전쟁을 거쳐 온 분의 이야기에서 익숙함을 느낀다. 책 속에 표현하는 시골의 모습이 뇌리에 지나친다. 그리고 기분이 좋다.
바쁘게 살아가고 대도시에 살며 문화생활을 누리는 것이 요즘의 상식이라 생각이 들지만 나는 시골 생활을 그렇게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문명의 이기는 조금 덜 미쳤지만 자연과 함께 지내온 시간이 지금에도 그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찔레순을 따먹고 떡갈나무 잎으로 시냇물을 퍼먹던 시절의 이야기를 책 속에 만난다니 참 새삼스럽다. 시골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죄'가 되는 듯 살아가는 현실에 그 시절 '시골의 삶'처럼 느긋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내용은 나태주 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였지만 너무 편안하고 행복한 글이었다. 내가 시골 생활을 해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많은 부분을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었다.
멈추는 것이 쉽지 않은 여유 없는 삶에 찾아든 추억 같은 책이었다. 자서전 같지도 않고 작은 것을 크게 부풀려 얘기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 잔잔함만이 존재하는 서정적인 에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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