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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야망을 가진 당신에게 (이은형, 유재경)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1. 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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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윌리엄 클라크가 홋카이도대학교의 전신 삿포로 농업대학을 떠나면서 한 고별사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고 그 말이 남성만을 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개신교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는 소년을 '희망을 위해서 전진하는 모든 사람'이라고 했다.

  조금은 도발적이라고 느껴졌다면 성 고정관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런 감정을 느꼈다. <야망>과 여성은 오랜 시절 굳어진 사회적인 모습과는 꽤나 멀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MZ세대를 기점으로 알파걸이 등장하였다. 높은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쏟아져 나와도 사회에 진출한 여성의 지위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기업 내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서 여성의 진출을 도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젠더 갈등이 줄어들기는 커녕 증폭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매년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8년 연속 OECD 꼴등이었다.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에서는 144개국 중에서도 108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이 아니라 '방탄유리천장'인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인적 자본 축적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대학교와 각종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들은 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반 회사에서 여성의 지위는 쉽사리 높아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철학적이고 감정적이었던 페미니즘 도서와는 다르게 현실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여성들이 왜 야망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현실은 여성들에게 안주하도록 압박을 하고 있지만 양성 평등을 위해서는 야망을 포기하지 않고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성은 이미 기득권(이라고 하면 반감이 들까) 세력이기 때문에 그들이 누려 온 삶을 내려놓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가 쟁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들이 유리창을 깨고 나가야 하고 그들이 여성을 위한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임원을 하고 있는 여성은 대체로 외국계 기업에서 임원을 하고 나서 이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나라 기업에는 여성이 커갈 수 있는 환경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이 적응할 수 없는 문화 속에서 여성 할당제는 젠더 갈등만 심화시킨다. 그냥 하자고 되기에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부터 굳어진 생각을 쉽게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여성의 사회 진출 그중에서 힘겨움을 넘어서라고 응원한다. 사회 주요 요직들에는 남성들이 가득해서 남성 몇 명이 능력 없고 잘못해도 흠이 되지 않지만 여성들은 한 명만 잘못되어도 여성 모두에게 굴레가 써진다. 이 어려운 시대를 이끌어 온 여성 리더들이 자신의 롤 모델이 되진 못하더라도 그들의 분투를 응원해줘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도 된다. 남성이 만들어 온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아니라 여장부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야망을 가져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야망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 야망을 포기하는 사회만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두 저자의 생각과 자료와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된 글들이 단순히 감정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왜 세계 유수 기업들이 여성들을 채용하고 나설까? 왜 유독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 한국 여성들을 많이 채용할까? 그 답은 책 안에 있다. 좋은 기업은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능력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구분한다. 한국에서 여성 중에는 적은 임금이지만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능력 있지만 쓰이지 않은 인재들을 쓸어가고 있는 것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한국은 불행히도 국민의 절반으로 사회가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능력 있는 절반의 국민은 사회에 기여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키워주는 것.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은 젠더 갈등을 넘어서 최근에 이슈가 되는 기회의 공정이 아닐까.

여성을 위한 책이었지만 야망은 모두의 것이었고, 회사에서 야망을 이루는 법은 남자인 나에게도 좋은 팁이었다. (물론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나는 몸소 체감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 여성이 읽으면 여성의 현실과 응원을 받을 수 있고 남성이 읽으면 여성에 대한 이해와 사회생활은 자그마한 팁 정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야망이 있는 사람은 모두 꿈을 꿀 수 있고, 슈퍼 파워가 없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의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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