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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일의 세계 (안희경) - 메디치미디어

야곰야곰+책벌레 2021. 12. 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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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말이 곧 다가올 것처럼 미래를 위한 노력을 요하는 미디어들이 많아졌다. 탄소 중립과 기후 변화가 주된 내용이었지만 세기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때와는 사뭇 다르다. 지금의 길은 예언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탄생이 있으면 소멸이 있다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마지막에 품은 이 책은 메디치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꼭 소설의 한 장면 같은 커버와 제목에 비해 책은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 대한 세계 석학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지금은 환경과 기후로 떠들썩하지만 인간이 멸종으로 향하는 길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환경 변화로 인한 인류의 위험은 이미 눈앞에 닥쳐 있다. 다이아몬드 제레미 교수는 앞으로 10년이라고 강하게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강력하게 성장을 멈추면 가능할까? 그러기 위해서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다. 인간의 문제는 늘 복합적이며 서로 심하게 뒤엉켜 있다. 사회적 불평등의 개선과 잘못된 자본주의의 개선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재건하고 마음가짐마저 새로이 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예전부터 지구를 지키자라는 슬로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딸아이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아껴 써야 한다고 얘기를 할 때면 '그래'라고 하면 될 것을 아이의 말을 고쳐주곤 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언제부터 인간이 지구를 지켜줘야 할 만큼 대단한 존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인류는 그저 지구라는 땅 위에서 살아가는 한낱 미물일 뿐이다. 6번의 대멸종을 지구는 지켜봐 왔다. 인간이 멸종한들 지구에게는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지구를 지킨다는 표현은 생각보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라고 표현해야 남일 같이 않지 않을까. 지구를 지켜야 한다며 소리 높여 보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물러설 수 없다. 정치란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니까.

  지금 인류는 환경적으로도 사회적으로 핀치에 몰려 있다. 자원은 고갈되고 있고 환경은 엉망이 되었다. 선진국과 제3세계 나라들 간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부유층과 빈곤층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성장만을 추구하며 오롯이 경쟁만을 부추긴 결과이기도 하고 소위 기득권층의 잘못된 판단과 자신들만을 위한 시스템들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더 불안을 조장하고 경쟁을 부추긴다. 중간은 사라졌다. 우스갯소리로 동네 마트나 슈퍼 사장님은 없고 아마존 임원이거나 계약직 노동자이거나의 양극화만 남았다고 얘기한다.

  사회가 안정을 되찾으려면 모두가 먹고살만해져야 한다. 모두가 부자가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하고 싶은 것 하며 애들 교육만 시킬 수 있다면 그 정도만 벌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 정도를 위해서는 더 부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사회에 중간은 없기 때문이다. 소외 계층만큼 중간 계층의 고단함이 있는데 소외 계층에게만 쏟아지는 지원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을 멈추자고 얘기할 수 없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공동체를 찾지 않으면 개인과 개인은 영원이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서로에게 의심을 가진 상태에서는 공동체적인 행동도 어렵다. 내일의 세계에 우리는 결국 멸망으로 가게 될까.

  '아름다운 지구에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얘기하는 <사티시 구마르>의 글을 가장 마지막에 담은 것도 '모든 것은 탄생이 있으면 소멸이 있다'라고 말한 달라이 라마의 글을 에필로그로 담은 것도 모두 현대인이 가진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그랬던 것 같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달려가는 돈의 흐름이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고 소비를 종용한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지만 또 다른 대안이 생기겠지란 낙관 속에 달려간다. 언젠가 될지 모를 우주로의 여행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 그 방법이 성공하고 인류는 새로운 섹터로 넘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멈추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어떨까? 

  지금 당장의 문제 그리고 멀지 않은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소멸'은 자연의 이치이고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당장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을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할 수 없다고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행동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세계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껏 달려온 관성에 못 이겨 튕겨 나가는 미래가 어둠의 공간이 아니길 빈다. 

 ps. 무책임하게 살아가는 내가 너무 장황하게 리뷰를 적어놔서 많이 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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