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열심히 만든 콘텐츠를 재미나게 봐 놓고 재미없었다고 하는 사람들이나 음식을 거의 다 먹어 놓고 클레임 거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어 둔 책일 줄 알았다. 나도 사실 그들의 심리가 조금 궁금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비난에 대한 심리가 궁금했다랄까.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었다.
드라마, 예능, 웹툰 등을 보고 시청자나 독자의 정보 수용성과 콘텐츠가 주는 영향이 어떨지 작가가 잘 봐 놓고 딴소리하는 이 책은 북트리거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하게 미디어 독해 능력쯤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디어를 접하고, 비평하고, 창조하고 조작하는 폭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대중매체 평론가가 적은 미디어 리터러시 안내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TV 보는 법, 영화 보는 법 같은 것을 따로 배운 적이 없다. '산에 왜 오르냐고 물으면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하듯 TV를 왜 보냐고 보면 '그곳에 TV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 과연 그런 만으로 괜찮을까?라고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기존의 책이나 TV로 접하던 콘텐츠는 엄청나게 많은 방법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는 확대 해석, 가짜 뉴스, 음모론 등 무자위 하게 뿌려져 있다. 미디어의 대홍수인 셈이다.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 미디어 창작자들에게는 문제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책과 함께 할 수 있다.
얼마 전 <프로듀스 101>의 주작으로 인하여 담당 PD가 구속되었다. 하지만 방송계에서 사실인 듯 사실 아닌 얘기들은 많이 있다. 픽션이라는 보호막을 덮으며 좋은 인상을 만들어내기 바쁜 연예인들과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방송사와 합의는 이해관계가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 생활의 갭이 생기는 순관 연예인과 방송사는 함께 침몰하게 되니 전략적 동반자 일 수 도 있겠다.
정보 조작은 고대에서부터 사용해 온 중요한 전략이다. 근대에 들어서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최근에도 언론은 권력들의 뒤를 봐주기 바쁜 모양새다. 이제 사람들은 무언가를 알아가려면 <가짜 정보>들을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이제 태어나면서부터 미디어와 접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이들을 위해서도 <TV를 보는 법>에 대한 논의는 꼭 필요할 것 같다.
정보가 많으면서도 찾아보기 쉽다는 것은 <확증편향>을 가져다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자기가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힘, 여러 분야를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시대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도 <확증편향>의 역할은 크다. 자기와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하고만 접하다 보니 비판적 수용이 되질 않는다.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 좋은 것만 보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스스로 고립되어가는 상황을 스스로 인지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책들처럼 가짜 뉴스, 음모론보다는 일반적인 TV나 영화 같은 것을 예를 들고 있다. TV에서는 왜 마스크를 끼지 않는가? 왜 예능은 리얼 버라이어티로 가고 있는가? 정보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전달되고 있는가? 사회적 소수자를 위해서 콘텐츠는 제작되고 있는가? <캔슬 컬쳐>는 시민운동인가 마녀 사냥인가? 음성합성 AI가 가져올 대중문화의 윤리는 어떻게 될까? 등을 얘기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농경 생활을 시작한 이래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굉장한 발전을 이룬 덕택에 사람들은 모두 사람들이 더 똑똑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정보의 공유가 더 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집단지성이다. 더 많은 정보가 넘실대는 현대 사회 정보는 집단 지성이 양극화의 주범이 될까 두렵다. 극으로 치닫는 문화 소비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옛날 하나의 TV에 모든 사회적 이야기를 담을 때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회 여러 면을 볼 수 있었다. 강제적으로 마나마 공감의 기회를 얻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공감을 왜 치면서도 그 대상의 이야기를 일부러 찾아보고 있을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용을 보지 않고 마구잡이로 책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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