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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과학자의 흑역사 (양젠예) - 현대지성

야곰야곰+책벌레 2021. 11. 2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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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 는 것은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절대라고 사용하는 것은 강한 확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나의 무지를 드러내는 양날의 검의 되기도 한다. 많은 기업들이 1등을 한 뒤에 쉽게 무너지기도 하고 학자들은 최고 권위의 상을 받으면 급격히 쇠퇴하기도 한다. 자신의 굴레를 쓰고 현실을 대하다 보면 가끔 자신도 모르게 얼토당토않은 일들을 하게 된다. 그런 것들을 우리는 흑역사라고 한다.

  위대했던 과학자들의 아집의 역사를 소개하는 이 책은 현대지성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또 하나의 과학 서다. 연대 별로 작성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의 많은 부분을 되짚어주고 있다. 그 속에 실패라는 에피소드를 더해서 조금 더 흥미롭게 적어주고 있다. 과학자들은 평생에 엄청난 실패를 만나며 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착각을 많이 하기도 하며 그것이 신념이 되어 관철시키기 위해서 평생을 허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과학은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때로는 오해와 시기로 과학의 발전을 허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결론이 난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닐까 한다. 과학 자체는 이론과 이론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흔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흑역사라고 적혀 있지만 많은 부분은 흑역사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왜냐면 자신의 연구가 자신의 업적이 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연구가 그들의 업적에 고스란히 이어졌다면 정말 멋진 일이겠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또 다른 과학자의 흑역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과학이 나아가는데 큰 공헌을 한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집단 지성이 필요한 천문학의 경우에 내가 해냈어라고 얘기하지 않고 우리가 해냈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는 것이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한다.

  그에 반해 진짜 흑역사가 있었는데 특히 가우스의 역사가 가장 흥미로웠다. 평면에서 이뤄지는 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신봉이 지나친 그 당시 상황에서 여러 젊은 과학자들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내보였는데 그는 권위로 그것을 묵살하기도 했고 때로는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쟁을 위해 일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애국주의에 자신의 재능을 쏟았지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과학자의 흑역사는 대부분 자신의 이론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면서 발생한다. 그 정도의 신념이 있어야 보이지 않은 것을 연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겠지만 다른 이론을 모두 깔아뭉개려는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많은 훌륭한 과학자들이 인생의 막바지에 자신이 쌓아 올린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이 들었던 게 아닐까 한다. 기득권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보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과학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과학자들을 그렇게 비난하기 위해서 적은 책은 아닌 것 같다. 과학은 지식 위에 지식을 쌓는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대의 잘못된 이론은 때로는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을 잘못된 길로 안내하기도 한다. 그래서 과학자에게 신뢰의 문제는 중요하며 더 치열하게 논쟁하는지도 모르겠다. 잘못된 역사는 결국 제 길로 찾아오게 된다. 

  어느 분야에서나 '혁명적 발견'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많은 반대와 논쟁이 함께 해야 한다. 그 속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있고 개개인으로 보면 흑역사로 기록될만한 일도 생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밑거름이 되고 우리에게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ps. 중국 저자가 지은 책이라 그런지 마지막은 중국 과학자의 에피소드로 마무리하였고 두 중국 과학자의 논리를 다른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반대했다는 것으로 그들의 흑역사로 표현한 부분은 기분 좋게 읽히지 않았다. 왜냐면 앞의 흑역사의 표현법 하고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최근 중국인들의 행보 때문에 편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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