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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 (매튜 코브) - 심심

야곰야곰+책벌레 2021. 11. 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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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의 우주라고 하는 뇌. 뇌를 알아가는 그 역사는 인류와 함께 많은 도전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알 수 없고 여전히 쉽지 않은 영역이다. 철학 같으면서도 과학 같은 뇌 과학의 역사를 담았다. 우주 속의 한 줌 먼지 같은 인류의 존재를 잃지 않고 담담하고 겸허하게 적혀 있어 좋았다.

  뇌 과학 전반의 역사를 다루며 미래를 고민하는 이 책은 심심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모든 과학이 철학에서부터 출발했듯 뇌 과학의 역사도 철학에서 출발했다. 그 어떤 학문보다 철학과 동떨어질 수 없었던 '뇌 과학'은 인간의 <마음>, <의식>을 찾는 긴 여정이었다. 인간의 마음은 신경계가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얘기하는 유물론적인 입장도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현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고대에는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도 종종 심장으로 느껴야 한다 식의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감정과 의식은 모두 뇌에 있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괴기스러운 퍼포먼스가 이뤄지기도 했다. 갈레노스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돼지를 눕혀 놓고 돼지의 심장을 떼어내는 섬뜩한 실험을 선보였다. 이 잔인한 퍼포먼스로 인해 인간의 마음은 더 이상 심장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인간의 뇌를 알기 위해서 해부학을 진행하기도 했고 부검을 통해서 뇌의 구조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뇌에서 손발로 전달되는 신경에 대해서도 점점 알아가게 되었고 신경 전달은 화학물질로 이뤄진다는 <소스> 파와 전기적 신호로 이뤄진다는 <스파크> 파의 대립도 있었다. 물론 우리의 신경들은 둘 다로 이뤄진다. 그 뒤로는 뇌의 각 부분은 그 영역만이 담담하는 역할이 있다고 뇌의 국재화 그 반대파 들의 대립이었다.

  생물학은 굉장히 잔인한 학문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생명을 통해서 학문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실험을 위해서 테스트되고 죽어나가는 생명들을 통해서 인류의 존재가 유지된다는 것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모순적인 상황인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학문에 반발하지 못하는 것 또한 오래 제대로 살아가고 싶은 이기적인 인간의 한 명이어서 그런가 보다. 뇌과학의 발전도 비윤리적으로 보였던 학자들에 의해서 발전을 이뤘다. 많은 과학자들이 비윤리적인 실험에 강한 비난을 했지만 결국 그 실험의 결과로 과학은 또 하나의 벽을 넘는 것 같았다.

  뇌 과학의 발전은 컴퓨터 시스템에도 영향을 주었다. 뇌의 구조가 뉴런 등의 굉장히 많은 조직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보고 <퍼셉트론>이나 <신경망 회로> 같은 것이 제안되고 발전되었다. 인간을 추종하는 기술은 뇌과학을 바탕으로 함께 발전해 왔다. AI를 지향하지만 여전히 방대한 학습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뇌와 비교하기에는 우리는 우리의 뇌를 아직 전혀 모르고 있는 것과 같기도 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딥러닝>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딥러닝>의 히든 레이어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모른다.

  인간의 뇌를 연구하기 위해서 더 단순한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늘어났다. 뇌의 거시적인 동작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쁜 나방 유충이라던지 초파리 민달팽이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작은 수의 뉴런과 시냅스의 동작을 연구하면 일반화된 메커니즘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새의 깃털만 보고 새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알 수 없듯이 뇌의 동작을 알기 위해서는 전체의 메커니즘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뇌의 지도를 만들어 내는 것을 <커넥톰>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멍게 유충의 작은 뇌에는 겨우 177개의 뉴런과 6618개의 시냅스만 존재하지만 이 작은 뇌에도 양쪽 뇌의 기능은 비대칭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체마다 그 모양이 다른다. 구더기 한 마리 (그야말로 한 마리)의 커넥톰을 만들기 위해서 전 세계의 29곳의 연구실이 수 년 동안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뇌를 파악하는 것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뇌라는 것은 우주처럼 단일 객체가 아니다. 또한 파리처럼 작은 뇌에서도 지각과 학습으로 흥분, 망설임, 예측, 공격성, 고통 등의 인간과 아주 비슷한 행동 등을 만들 수 있다.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서 만고의 세월이 지났다. 진화의 세월을 우리의 뇌는 고스란히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학습을 시작하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뇌를 가지게 된다. 또한 서로 많은 부분이 얽혀 있다. 우리의 의식은 여러 가지 것들의 복합적인 결과이어서 뇌의 어느 한 부위에 자극을 주어 반응했다고 오롯이 그것을 위한 부분 또한 될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예외적인 상황은 뇌를 파악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성과 감성을 담당한다고 얘기하는 좌뇌/우뇌의 얘기만큼 잘못된 것도 없다. 그것은 예전에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뇌량을 끊는 수술 이후에 나타나는 일종의 경향성일 뿐이다. 좌뇌와 우뇌는 서로 기억이 전이되며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아직 아무것도 증명된 것은 없다. 우울증에 대해서도 아무런 증명된 것이 없다. 단지 대중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뇌에 대해서 엄청난 양의 자료를 획득하고 있지만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아는 사람은 없다. 더 절망적인 것은 다양한 이론들이 따로따로 제 갈 길만을 가고 있다.

  2005년 <사이언스>에서 발표한 미해결 과학 문제 125가지를 집중 조명했는데 두 번째가 바로 "의식의 생물학적 기제는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의식은 우리가 신경이 반응을 인지하는 것일 뿐이라는 조금은 운명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fMRI의 발명으로 인해서 우리는 더 자세한 뇌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뇌의 일부분을 탐색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많은 발전을 이룬 듯 하지만 여전히 뇌에 대한 단편적인 현상들만 알고 있을 뿐이다.

  휴머노이드, 뇌 스캔 등의 기술이 SF의 소재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로봇에게 가장 어려운 기술이 뭐라는 질문에 어느 과학자가 "자신을 인식하는 것"라고 대답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로봇에게 마음을 심을 수 있다면 그런 수준의 기술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로봇에 지배를 받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근접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뇌는 여전히 광활한 우주만큼이나 미스터리하다. 우리를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나 어쩌면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마지막 과제가 될 것 같다. 그곳에 다다르면 인간은 더 이상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내 의식이 온전히 나의 의식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뇌과학은 그 마지막까지 철학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뇌의 영역에 대한 도전의 역사 다른 어떤 학문의 역사보다 더 겸허한 자세로 써 내 리간 이 책은 뇌 과학을 전공하거나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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