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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신묘한 우리 멋 (조자용) - 안그라픽스

야곰야곰+책벌레 2021. 11. 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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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묘한 우리 멋이 출간한 지 20주년을 기념하여 개정판이 출시되었다. 하버드 대학원 출신 건축가이면서 민예 운동가였던 조자용이 우리 문화의 모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어떻게 보면 자서전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 문화를 설명하는 역사서 같기도 했다.

  우리 문화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모태를 찾고 싶었던 조자용의 일대기와 우리 민학의 역사와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이 책은 안그라픽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독서를 계속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계속 유럽 역사를 접하게 된다. 과학책을 봐도 신화를 봐도 철학책을 보더라도 필연 유럽 역사과 엮여 있다. 유럽의 역사를 읽다 보면 근대화가 되면서 자연스레 영국과 미국의 역사로 이어진다. 결국 시중에 유통되는 수많은 책에는 열강의 역사만 녹아 있다.

  우리나라는 우주 오랫동안 정체성을 지켜온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하나지만, 사대주의가 꽤 많이 깔려 있다. 최근에서야 한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우리의 것이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점에야 말로 이 책의 재조명은 필요할 것 같다.

  우리의 정통성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는 조자용의 일생의 과제였다. 심장병이 생겨 더 이상 건축일을 하지 못했을 때에도 첫 딸이 유명을 달리했을 때에도 그는 주변과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 대의가 사사로운 감정을 이겨낸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아마 주저앉은 그 순간 더 나아가지 못했을 것 같다.

  그는 우리나라 민화와 토속적인 신앙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불교나 다른 여타 종교도 우리의 조상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었지만 그 자체로 우리의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야말로 순수한 모태를 찾고 싶었던 것이었다. 우리 민족의 해학적 본능은 <토우>에서 발견되었듯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온 본능이다.

  그 해학적인 문화는 걸인의 모습에서도 기생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랑이, 도깨비 등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산신령이나 거북, 용에서 찾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도깨비나 호랑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가장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나사 하나 빠진 듯 허술한 면도 보여주고 있다. 권선징악을 얘기할 때 왕의 상을 주듯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특유의 허술함으로 상을 내리고 떠난다. 혹부리 영감의 얘기는 그 대표적인 얘기다.

  우리의 문화는 여러 나라에 약탈되기도 했고 전쟁으로 부서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본연의 것을 찾아가는 노력은 일부의 사람들에게서만 이뤄졌다. 도깨비를 쫓고 호랑이를 쫓는 것이 마치 이상한 사람이라는 그릇된 시선을 참아가며 그들이 찾아낸 우리 문화의 흔적들이다. 지금이야 그 중요성이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이미 우리의 것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 들끓고 있다. 한류 열풍은 그것을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멋을 찾으러 온 손님들에게 무엇을 내놓을 수 있을까. 또한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 선대로부터 받은 멋을 이방인들이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의 멋과 신바람은 이미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 바람은 이미 세계로 불어나가고 있다. 이방인이 모태에 대해 궁금해할 때, 우리는 어떤 답을 해줄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도올 선생의 <동경대전>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굉장히 두꺼운데 2권이나 되었다. 읽어볼 용기는 있지만 우리 역사와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조금 더 많은 접근법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중국이 엄청난 자금과 인원으로 역사의 고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세계의 문화를 왜곡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우리의 모태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 같다.

ps. 이 책은 글 앞에 페이지가 표기되는데, 이것은 참고 이미지가 있는 페이지니 먼저 이미지를 보고 읽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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