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폴더명_울새 (김수영, 도수영, 박이강, 오선호, 최원섭) - 마요네즈

야곰야곰+책벌레 2021. 10. 2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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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명_울새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작가들이 만든 소설들의 모음이다. 5명의 신인 작가들의 짧은 글들을 모아 둔 이 책은 마요네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짤막한 작가노트에 이은 단편 소설이 나온다. 그리고 이어쓰기를 제공한다. 작가노트는 소설에 들어가지 전의 작가들의 간단한 메모 같기도 하고 책으로 치면 프롤로그 정도의 느낌이었고 이어쓰기는 에필로그였다.

  단편 소설답게 간단한 에피소드와 단편적인 심리묘사 그리고 여운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었다. 단편은 조금 곱씹는 맛이 있는데.. 뭔가 아쉬운 맛이 있긴 했다. 그것이 단편의 여운이기도 했지만 소재의 한계성이 조금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박이강 작가의 <파라다이스 리조트>가 재미있었다. 워라벨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워커홀릭의 임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워라벨을 중시하는 새로운 CEO에게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 몰디브로 여행을 떠난 에피소드다. 일을 하지 못하는 초조함을 리조트의 집사에 보이는 고압적인 모습으로 풀어내려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맛은 이어쓰기에서 나오는 집사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어지는 독백이었다.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의 얘기가 좋았다.

  그다음으로 좋았던 작품은 최원섭 작가의 <진구에게 듣고 싶은 말>이었다. 어릴 적 어눌했던 친구가 성공해서 다시 만나 친구의 재혼 결혼식에 가는 길, 차 안에서 나누는 얘기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주인공은 진구와 얘기하면서 계속 어색함을 느낀다. 자신의 기억 속의 진구가 너무 변했기 때문이었다. 진구의 진면목을 보고 싶어서 어릴 적 진구가 어눌했던 기억을 끄집어내어도 진구는 기억하지 못한다. 결혼식장에 모인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주인공의 기억과 다른 기억을 얘기한다.

  이 작품 또한 이어 쓰기 때문에 즐거웠다. 주인공과 주인공 아내의 대화에서 기억 속 어눌한 모습은 진구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한다. 그에게 아내는 주름을 피하려고 보톡스 하듯 나쁜 기억은 굳이 싫은 기억으로 마주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한다. 옛날의 기억은 그랬다로 인정해버리면 되는 것이란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준 것도 아닌데 뭐..

  <폴더명_울새>로부터 아주 슬픈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 것 같았지만 평범한 소설에서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소설까지 다양했다. 단편선 모음은 뷔페 같아서 입에 맞는 글은 분명 등장한다. 그런 점이 단편선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떤 글이 좋을지 자신의 취향을 잘 모르겠다면 이런 단편선을 읽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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