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킬러스타그램 (이갑수) - 시월이일

야곰야곰+책벌레 2021. 10. 1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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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는 사뭇 잔인할 것 같은 스릴러 느낌이 나지만 소재를 빼면 동화 같은 문체와 아이의 치우침 없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책은 시월이일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은 모두 킬러다. 할아버지는 독 전문가, 할머니는 폭탄 전문가이다. 누나는 스나이퍼이고 형은 검사이며 흔적을 없애는 전문이다. 아빠는 자살 전문가인데 어느 날 집을 떠난 후 연락이 되질 않는다. 엄마는 암기를 다루는데 달인이면서도 의뢰를 관리한다. 주인공은 이 집의 막내다. 자신만 유독 킬러의 자질이 없어 보였다.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런 주인공은 삼촌에게 훈련을 받는다. 삼촌은 아빠가 사라진 후로부터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이 책을 보면 데스노트의 '키라'와 사상이 조금 비슷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며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데스노트'만큼 진지하게 스토리를 풀어가지 않는다. '데스노트'만큼 무거웠다면 '인간'이 신의 영역에 들어서려 한다는 철학적 질문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무겁고 무서운 것이지만 화자의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일까. 킬러의 삶이라는 것도 꽤나 호기심 어리게 적어가고 있다. 

화초에 물을 주는 할아버지도, 세차하는 할머니도
찌개를 끓이는 엄마도, 버스에서 내리는 형도
완벽하게 치명적인 급소를 감추고 있다.
무방비로 돌아다니는 건 누나뿐이다.
나는 우리 식구 중에 누나가 제일 좋다.

  이 책은 즐거움 속에서 가볍게 질문을 흘리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킬러의 멋진 삶을 그린 것도 아니고 나쁜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철학적 논쟁에서도 비껴간다. '데스노트'의 전반부에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악인에 대한 절대적 심판으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통쾌함을 가져 오려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무심히 적어나가고 있다.

  주인공이 엄마를 대신해서 '의뢰'를 받는 장면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다. 세상에 그냥 악당은 없다는 것이다. 그냥 양면이 있는 것이지. 죽이고 싶다는 쪽의 사람의 말만으로 의뢰를 집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킬러 집단은 대의를 위한 집단이 아니다. 그저 조금 덜 죽는 쪽을 선택해서 없앤다. 역사가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여도 그들은 늘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킬러 집단을 평범한 가족으로 표현한 것은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킬러 가족처럼 화려한 살인 기술이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조금 더 잘 살아보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죽음에 관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은 더 이상 죽일 사람이 없을 때라는 문장의 섬뜩함이 느껴진다. 사람에게 양면이 존재한다면 맑음의 얼굴이 더 많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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