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를 쇼를 하다가 착지 지점에 있는 새끼 돌고래를 보고 자신의 몸을 뒤틀어 새끼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바꾼 어미 돌고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이담북스의 지원으로 읽어 볼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동물 인권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고 우리나라도 2013년 '제돌이'를 시작으로 '태산이', '복순이', '금등이', '대포'를 제주에 방류하였다. 작가는 뉴스로 이 이야기를 접하고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야기는 단숨에 쓰였지만 10년을 퇴고하며 세상과 만날 준비를 했다고 했다. 슬프지만 너무 아름다웠던 이야기는 토톨님의 너무 예쁜 삽화가 그 감동을 더했다.
엄마의 희생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된 11살 종안과 돌고래 아토의 이야기.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았지만 종안의 아빠와 엄마의 얘기에서 대책 없이 당하고 말았다. (첫 장부터 이러시면 곤란하잖아요) 종안이의 엄마는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종안을 낳으며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런 엄마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종안은 심장병을 물려받았다. 가장 소중한 두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아빠의 심정에 울컥했다.
뛰지도 못하고 늘 집에만 있는 종안을 위해서 아빠는 동물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돌고래 쇼를 한다길래 너무 신이 난 종안은 아빠를 이끌고 갔다. 기대하지 않은 이벤트에 당첨되어 돌고래와 사진을 찍을 기회를 얻게 된다. 그때 누가 얘기하는지도 모를 소리를 듣게 된다. 종안은 그 뒤로 돌고래를 한 번만 더 보자고 아빠를 조르지만 동물원을 가고 와서 병원에서 꼬박 이틀을 누워 있던 종안을 생각하면 아빠로서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종안은 아토와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주 슬픈 아토의 가족 이야기를 듣게 된다. 종안은 아토가 바다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마지막 소원이라며 아빠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말하지 못한다고 살아갈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 속에 보면 인간은 인간마저도 포로로 잡아와 철장 속에 가두고 구경을 했다. 때로는 서로 싸우게 하고 그 싸움을 즐겼다. 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동물원에 가두었다. 동물들이 우리 속에서 하는 귀여워 보이는 행동들은 애교가 아니라 자폐 증상이다. 십수 년을 독방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껏 인간을 우월종으로 생각해 온 인간의 모습이다. 영장류 아래 있는 사람족 아래, 사람 속에 속해 있을 뿐이다. 사람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무시할 수 있다면 인간은 말이 통하지 않는 원시 부족들에게도 동물과 같은 취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대공원의 '태지'라는 늙은 고래는 결국 방류 결정을 하지 않았다. 살아갈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죽기 직전에 병원에 벗어나 고향에 가보고 싶은 인간의 마음처럼 생명이 조금 짧아지더라도 바다에 가보고 싶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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