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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림태주) - 웅진지식하우스

야곰야곰+책벌레 2021. 10. 1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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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계발서가 대세를 이루는 지금의 시대에 에세이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라는 작가의 자문자답이 돋보이는 이 책은 웅진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자기 계발서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실행 가능한 해답을 알려 주고 요약해서 핵심을 알려준다. 살보다 뼈를 취하고 이런 감각은 자신 또한 그 요령과 방법을 익혔다는 만족감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준다. 에세이는 피와 살이다. 비슷한 골격에 개인의 인생의 살이 뼈에 붙어 있다. 에세이에서 뼈는 보기도 힘들고 잡다하고 사변적인 글귀들이 넘쳐난다. 똑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없기에 정답 없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 뿐이다. 자기 계발서와 정확하게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럼에도 도서 중에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에세이다. 사람들의 마음도 갈팡질팡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뼈가 우리의 기본을 이뤄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피와 살의 존재 또한 중요하다. 단지, 그 모양에 따라 공감의 정도의 차이를 보이겠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지만 림태주 작가가 말한 것과는 다르게 그렇게 사변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철학적이고 않다. 최근의 에세이들이 공감의 언어를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과는 다르게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다른 에세이들과 다르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그렇게 흔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작가가 <진정성>을 풀어내는 글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소중한 걸 내놓아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내놓을 게 마땅치 않다면 내놓을 만해질 때까지
준비하며 기다려야 한다.
결국 내놓는 그것은 글이 아니라,
내가 준비하고 가꿔온 인생 하나인 것이다.
그 인생의 경과를 진정성이라고 하고,
진성성은 자성이 있어서 사람을 끌어당긴다.

 제목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의 그었다>처럼 작품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채워지는 많은 언어들을 얘기한다. 선한 마음으로 내뱉는 <믿는다>는 말의 부담스러운 진실도, 두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은어>의 소중함에 대해서 말하는 것처럼 사람 사이의 말의 작용을 이야기한다. 상대방을 생각하며 던지는 말에는 힘이 있고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 말에 사람이 빠지면 그것은 의미 없는 것이다.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내가 좋다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되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놓아주는 것도 상대를 위한 마음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행복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라는 요즘의 문화지만 자신의 자유는 상대방의 자유와 충돌하는 그 지점까지만 나의 온전한 자유이지 그것을 넘어서는 곳은 사유의 영역이 될 수 없다. 반려견을 키우고 싶고 식물을 키우고 싶어도 선뜻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것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 수 있다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남에게 싫은 것을 떠넘기고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삶의 문장이 쓰이기를 기대하는 건
슬픈 일이다.
자신이 산만큼만 쓴다.
진실한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복무하고 있는
생활의 감각을 무디게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글을 읽으며 밑줄을 긋는다. 그 말에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느껴지는 다정함이나 편함 혹은 공감이 있다. 어쩌면 이것들은 관계에 좋은 언어 들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쓰는 단어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 단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장을 만들어 낸다. 그러곤 그 말들을 내어 보인다. 작가는 불특정 다수에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림태주 작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삶을 써 내려간 이 책 또한 그런 작업의 일종이다.
머리의 언어를 잠시 내려두고 가슴의 언어로 책을 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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