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오마주 했다는 이 책은 동물들을 착취하며 살던 돼지들을 몰아낸 이후의 상황을 그려낸다. 독재를 펼치던 돼지들에게서 동물들을 구해낸 것은 황소 <실비오>와 그를 호위하는 개들이었다. 하지만 권력에 맞서 권력을 쟁취한 자는 항상 같은 절차를 밟는 것은 역사의 사실이다.
권력을 잡은 황소 <실비오>와 그의 무리들은 수많은 동물들을 착취한다. 그리고 그 물건으로 인간과 물물교환을 하곤 한다. 권력을 쥔 자들은 외부 세계의 강한 적인 <늑대>를 이유로 자신들의 권리를 합리화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권력에 힘을 합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인 사상을 심어 놓는다. 개인의 힘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두려움을 심어 놓으며 그렇게 <동물 공화국>을 지배한다.
1권에서의 중요한 사건은 거위 <마르게리트>가 배급을 문제 삼다가 본보기로 공개 처형을 당한다. 권력을 향해 돌멩이를 던진 자는 본보기로 제물이 되는 것은 인간 사회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비관적인 사회에 파장을 남긴 것은 떠돌이 생쥐 <아젤라르>였다. <아젤라르>는 자신이 유리한 게임으로 상대와 대결해야지 상대가 유리한 게임에 말려 들어서는 안된다는 아이디어를 준다. 고양이 <방갈로르>와 도끼 <세자르>는 죽은 마르게리트를 떠올리게 하는 마르게리트 꽃 그림으로 저항 의지를 표출한다.
책은 간디의 비폭력 시위에 대해서 얘기를 이어나갈 것 같았다. 권력을 무너트리는 것은 또 다른 권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동물들은 이제 알고 있다. 상대에게 명분을 주지 않는 비폭력적이면서 유머러스한 시위. 힘으로 싸우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권력에 대항하기로 결심한 동물 공화국의 <동물>들을 응원한다.
어린이문학으로 분류된 이 책을 과연 어느 정도의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까. 그림은 잔인하고 내용은 심오하다.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라이트 그래픽 노블 정도가 더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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