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팀장이 되기 전부터 이런 종류의 책들을 많이 읽었다. 여러 CEO나 여러 학자들의 책을 읽으면서 나도 꼭 좋은 팀장이 되어야겠다는 다짐과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이 있었다. 내 팀장이었던 사람보다는 조금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팀장에 되면 업무의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항상 들었던 얘기이고 다짐했던 얘기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나에게 고민을 던져 주었다. 완전한 매니징의 세계에 들어선다는 것은 엔지니어로써 지금까지의 내 커리어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도 했다. 기술자의 위치에서 더 이상 Skill-Up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사망 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팀장이 되면서 맞이한 두 번째 고민은 더 높은 리더들과의 충돌이었다. 나름 소신을 가지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면 와서 다 흐트려 버린다. 성과를 위해서 팀원들을 더 조이고 힘들게 만들었다. 팀장의 위치에서 조정을 해보려 해도 나를 넘어선 지시를 내린다. 팀장이 있으면서도 없는 상황이 종종 연출되기도 한다.
그 때부터는 매니징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었다. 각종 서적들에서 얘기하는 리더십은 CEO 정도의 위치에서 펼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책의 저자들도 대부분 CEO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생각을 펼치기 더 수월했을 것이다. 나도 더 높이 올라가거나 창업을 하게 되면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사실 팀원을 매니징하는 팀장의 입장이 아닌 CEO와 임원들의 틈새에 끼인 팀장의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이 있었으면 한다. 그런 책들은 찾기가 쉽지 않다. 단지 팀장의 아픔을 공감해주는 정도가 보통의 경우다.
대신에 요즘 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MZ세대라고 다들 호들갑이지만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면은 다르지 않다. 예전의 존경받던 사람은 지금에서도 여전히 존경받을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좋은 팀장의 첫 번째 조건은 인간적으로 나쁘지 않은 사람인가가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공포의 관리를 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최근에는 이런 책들은 읽지 않게 되었다. 대부분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요한 얘기는 더 깊은 얘기를 하는 책들을 읽어야 한다. 이런 책들의 한 단원 단원은 책 한권으로도 다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그런 책들을 찾아보는 것이 더 좋았다.
업무와 관련되어서 그 어떤 말을 해도 보복 당하지 않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을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라고 한다.
이 책은 서평을 모집하기는 게시글에 저자가 직접 댓글을 달아주고 계셔서 문답을 주고 받다보니 서평단이 되어 있었다. 사실 읽어볼 생각은 없었으나 진심 어린 조언을 주고 싶어 하시는 저자의 모습에 읽어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읽고 적는다.
이 책 또한 여느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팀장으로서의 처지 그리고 마음가짐 , 사람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팀장에 대한 여느 책들을 많이 읽은 나에게는 복습하는 정도의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팀장에 대한 책을 많이 읽지 못한 분들이나 이제 팀장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할만한 요소가 분명 있다.
첫번째는 다른 책 보다 공감되는 현실의 얘기가 많았다. 회사에서 일어날 법한 일, 회사에서 억울했던 일 등이 묘사되어 있어서 읽는 동안에 "그래 그렇지"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구글'의 '디스오그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은 참 인상 깊었다. 팀장은 없어도 잘 돌아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팀장의 존재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최선을 다하는 팀원이 생기는 이유라던지 팀장의 노력이 오해를 자주 받는다는 것이라던지.
두번째는 책의 구성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글을 풀어가는 순서가 연관성이 있어서 단원을 넘어감에 잘 읽히는 편이다. 아주 좋은 강의 한 편 들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전체를 한 번 쭈욱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나에게도 아 그랬었지, 그런 경우가 있었지 등의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실은 책과 많이 달라 있다. 내가 CEO의 위치에 있거나 나와 같은 결에 있는 임원을 만나지 않는다면 팀장으로서의 역량을 내고 싶어도 될 수 없게 된다. 임원들 또한 팀장들의 팀장이기 때문이다. 팀장이면서도 다른 팀장의 영향 아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회사와 경영자도 팀장의 조직 공험도를 판단할 때 단순히 매출 상승이 아닌 팀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그들의 성공을 바탕으로 조직의 성공을 이뤘는가를 봐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고민해야 한다. 팀장의 스킬이라는 것은 사람을 이끄는 기술이며, 삶 어느 곳에서나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두었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좋은 팀장이 되는 것은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나가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제대로된 행동을 옮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문을 옮겨가며 팀장의 자리를 내어 놓았다. 팀장은 여유가 없으면 안 된다. 팀장이 초조해지면 팀원들도 모두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초조함을 내려놓고 팀원의 위치에서 다시 공부하고 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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