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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좀 도와줘(노무현) - 새터

야곰야곰+책벌레 2021. 7. 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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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그렇게 관심 있게 보지는 않았었다. 나는 영남에 살았으며 그중에서도 보수적이라면 순위를 다투는 서부 경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 영향이 알게 모르게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정치는 조금 떼 깔 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 대권 후보였다. 대쪽같은 이미지에 냉철한 판단력이 돋보인다고 느꼈고 아들 군 비리 때문에 아비의 능력이 평가절하되는 것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때 이회창 후보에 투표를 했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 사실 궁금했다. 왜 저 사람에게 그렇게 열광을 할까? 그 사실을 아는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꽤나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국민들과 나라를 위한 일만 생각했다. 기존 정치인들과 달랐다. 솔직했다.

  인간 노무현이라는 족적을 살피다보니 그가 저술한 책을 수집하게 되고 흔적이 남은 동영상을 찾아보게 된다. 지금도 독도 연설을 들으면 가슴이 뭉클하다. 누가 미국에 일본에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형님 바짓가랑이나 잡고 조금 안전하게 살아 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언젠가는 형님과 헤어져야 할 날이 올 텐데...

  노무현 대통령의 책들 중에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지금은 절판되어 나오지 않는다.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늪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부산에 출발하고 낙선한 후 1993년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끈이 없는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모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당시를 회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책도 아마 자신의 정치 자금을 모으는데 필요해서 적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 여러분은 정치인이 깨끗하기를 바랍니까?
열심히 일하기를 바랍니까? 겸손하기를 바랍니까?
그렇다면 돈도 탐내면 안 되고 밤늦게 일을 해야 하고 목에 힘도 주면 안 되겠네요?

그럼 누가 정치하려고 하겠습니까? 무슨 재미로 정치를 하겠습니까?
여러분 같으면 정치하겠습니까?

여러분, 그래도 정치하려는 사람은 항상 넘칩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놓고 정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복잡한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칭찬받는 재미라도 있어야지요.
박수나 한 번 크게 쳐주십시오.

  정치라는 것을 청렴하고 소신 있게 하려면 돈에 구애받으면 안되지 않을까? 그래도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정말 모순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정치를 하는데 자기 돈이 많이 들어갔다면, 본전 생각나는 게 또한 사람 심리이다. 깨끗한 정치, 소신 있는 정치를 외치던 초선 의원들도 결국 돈 앞에 무릎을 꿇는 이유가 결국 돈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얘기하면 이 책은 다른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처럼 위인전 같아야 하겠지만 사실 많이 다르다. 일반인의 에세이보다 더 솔직한 에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냄에 솔직하다. 후회되고 낯 뜨겁고 미안하고 그런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거짓을 적지 않기 위해서 펼쳐진 첫 페이지는 돈이 궁할 때 자신이 한 파렴치한 행동 "변호사는 본래 그렇게 해서 먹고 삽니까?"라고 얘기한 백발 가득할 분에게 용서를 구하며 시작한다.

  정치인 노무현의 얘기도 있고 김양숙 여사에게 보자마자 대뜸 "결혼하자"라고 하던 청년의 노무현의 얘기도 있다. 그리고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자신의 생각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이 아마 가장 솔직하게 적어낸 책이 아닐까 혼자서 생각해 본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진정성과 솔직함은 천성인 듯하다. 

지금 나더러 아이를 다시 키우라면 망설이지 않고 아이를 경쟁의 대열로 밀어 넣을 것이다.
세상이 잘못되어 있을 때는 그 잘못된 구조와 제도 자체를 고치도록 노력해야지
혼자 이탈하거나 외면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아버지, 존경받는 아버지
나는 그것이 자녀 교육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여건이 어렵더라도 그래서 당장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더라도,
적어도 고민을 하는 자세는 필요할 것 같다.

적어도 아이들한테 위선만은 보여주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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