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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법정) - 문학의 숲

야곰야곰+책벌레 2021. 6. 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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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무소유라는 것을 접하고 법정 스님을 알게 되었을 때는 스님은 이미 열반에 드신 이후였다. 그 당시에는 말하기 좋아하는 법륜 스님의 강연이 한 참 유행이었는데 과묵해 보이고 자신에게는 한 없이 냉정하고 다른 것에는 한 없이 따뜻한 스님의 모습이 참 멋지다고 느꼈던 것 같다.

  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시는 그 순간에 세상의 자신의 흔적을 모두 없애라고 하시어 책들도 모두 일시에 절판이 되어 버렸다. '무소유'라는 책은 중고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구매할 엄두가 나질 않았고, 대신에 이 '일기일회'라는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라던지 '정리의 기술' 같은 키워드가 한참 유행했지만, '무소유'의 언행일치를 해오신 법정 스님의 흔적이어야 말로 너무 많은 것이 치여 사는 현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들어냄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떤 나를 만들 것인가는 나 자신의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업의 놀음에 이끌려 가지 말고 순간순간 새로운 자신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법문을 묶어 놓은 책은 이 책은 사실 좋은 얘기가 너무 많다. 불경을 기반으로 하는 어려운 얘기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자주 보던 소설이라던지 예술가라던지를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문학과 깨달음에 대해서는 '무소유'하지 못하셨구나 싶었다. 허나 그게 뭐 중요할까. 우리는 닿을 수 없는 꿈을 꾸면서 매일을 노력하는 것이에 스님께서도 매일을 증진하시어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깨달음을 갈구하셨을 것이다.

  과거를 따르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
한번 지나가 버린 것은 이미 버려진 것.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일기일회는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번의 인연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다고 하셨으며,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하셨다. 순간순간 그날그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익히면서 사는가에 따라 삶은 달라질 것이며 누가 나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명심하라 하셨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것이다. 어제의 연장이 아니다. 묵은 시간에 갇힌 채로 살아가지 말고 열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살 만큼 살다가 세상과 작별해야 할 때 무엇이 남을까? 홀로 있는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가지고 가는 것은 평소에 자신이 지은 업이다. 사실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남겨져 내가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업이 아닐까. 모든 하루를 자기 생애 최후의 날인 것처럼 살아간다면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때는 아무렇게나 보내서는 안된다. 그 한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려 가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이 되라.

스님이 강조하신 '무소유'는 정말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일까. 사는 것은 감사하는 일이며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하셨다. 가진 것이 있다면 집착하게 된다. 매일매일 순간순간을 망설임 없이 자신답게 살아가려면 과거나 미래에 대한 집착을 '소유'해서는 불가능하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매 찰나마다 모든 것을 내려두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서는 심정으로 살아가라는 스님의 가르침이 아닐까 한다.

  순간순간 속에서 태어나고 죽는 것. 그것이 자기답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얘기해주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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