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송이었던가.. '김초엽'이라는 신예작가에 대해서 대단한 호평을 하고 있었다. 그 제목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SF나 판타지 계열의 소설일 것이 분명할 것이었다.
소설을 먼저 읽어본 본 사람은 아내였다. 아내는 내용이 쉽지 않아서 반복해서 읽어가며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면 괜찮게 느껴진다고 했다. 사실 나는 책에 몰입하는데 10페이지도 걸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놀라웠다.
이 책은 7개의 단편을 모아둔 책이다. 단편이라고는 조금 긴 느낌이 있지만 이야기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했으며 독자에 던지는 질문은 가볍지 않았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끌어 가는 점이 너무 좋았다.
책의 이야기들은 지금 대두되고 있는 혹은 미래지만 곧 닥칠 내용 등을 다루고 있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소재들도 있다. 과학과 기술이 나아가는 방향에 도덕과 윤리, 인간 존엄성의 가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으면서 읽는 이도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에서는 불완전한 사회에서의 인간의 가치에 대해 얘기하고 '스펙트럼'은 인간은 외계생명에 대해서 가슴으로 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를 한다. '공생 가설'은 인류 진화설 중에 '바이러스 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 같으며 지적 기생을 하는 고등 생명체가 유아기 우리의 지적 능력을 훈련시켜준다는 꽤 재미난 발상의 스토리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의 심리를 우주 공간에서 풀어냈으며 '관내분실'은 브레인 스캐닝 같은 하이테크 과학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에 엄마와 딸이라는 인간적 감정을 풀어내 주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미래의 동경과 현실의 행복 사이의 고민을 풀어내 주었다.
'감정의 물성'에서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정확하게 느낄 수는 없었다. 그냥 어렴풋이 느낄 뿐...
나는 맨 처음 등장하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정말 좋았다. 사실 조금 놀랍기도 했다. 유전자를 코디네이트 할 수 있는 시대는 사실 그렇게 멀게 만 느껴지지 않는다. 선진국들은 벌써 1차 게놈 프로젝트들도 마친 상황이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넓혀가고 있는 지경이니 말이다.
우리의 원죄, 우리를 너무 사랑했던 릴리가 만든 또 다른 세계.
가장 아름다운 마을과 가장 비참한 시초지의 간극.
그 세계를 바꾸지 않는다면 누군가와 함께 완전한 행복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
이 이야기는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고 해서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으며,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얼굴의 흉터로 표현하고 있다. 서로의 단점을 나쁨으로 인지 않을 때 평화로울 수 있다고 표현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역동적인 사랑이 있는 사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얘기한다.
이 책은 SF 책이면서도 SF 책이 아닌 듯 했다. SF의 흥미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따분할 수도 있고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반대로 SF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읽으면 단어와 문장이 어색하고 딱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읽는다면 충분히 좋은 글들로 채워져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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