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시시리바의 집(사와무라 이치) - 아르테

야곰야곰+책벌레 2021. 6. 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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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미스터리'의 서평 참여가 인연이 되었는지 아르테(arete) 출판사에서 서평을 먼저 요청해주셨다.  사실 미스터리나 호러 같은 경우는 심신이 미약하여 잘 읽지 않는 편이고 책을 읽을 때의 서늘함 감각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는데, 이런 서늘함을 넘어서는 스토리의 탄탄함과 긴장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계속 도전하고 있는 최근이었기에 호러에 대한 도전도 기꺼이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서평을 제안해준 출판사에게 감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와무라 이치라는 작가의 화려한 경력도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주말 낮에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지만, 처제의 방문과 아이들과의 일정으로 결국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첫 장을 넘길 수 있었다. 자정이 다되어가는 밤, 창문 너머로 한기가 흘러 들어오는 가운데 펼쳐 든 책은 나를 바짝 긴장시켰다.

  어느 한적한 도시를 배경으로 어린아이들이 유령의 집이라는 곳을 탐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적막과 긴장감 속에서 표현되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허세를 표현하는 대목은 별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과 다르게 긴장하며 읽어버리게 되었다. 이런 첫 장은 나중에 다른 스토리와 이어지게 되는데 이런 구성은 일본 작가들에게서 유독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는 남편 유다이를 따라 도쿄로 오게 된 카호가 전철역에서 소꿉친구였던 도시아키와 재회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가 된다. 남편의 바쁜 회사생활로 하루하루가 낯설고 외롭기만 했던 카호에게 소꿉친구와의 재회와 어릴 적 자신을 아껴주던 할머니의 존재는 치유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듯하였으나 그곳은 시시리바가 수호하는 집이었던 것이다.

  '모래'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시시리바에 기억과 의식이 잠식당한 사람들과 잠식당하려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며, 미묘한 심리 변화를 묘사하며 천천히 진행되던 이야기는 카호가 도시아키 가족과의 인연을 끊어려고 하는 순간부터 긴장감 높은 장면 묘사로 몰입감을 더했다.

  이 긴장감 높은 스토리가 전개되는 동안 도입부에 소개되었던 인물들이 스토리에 엮여 들어오는게 되는데 긴장감이 극도로 높은 카호의 상황과 시시리바를 향해 나아가는 또 다른 인물들 사이의 대립 미가  돋보이는 중후반이었다. 두 그룹 사이에는 미묘한 시간의 간극이 있는데 카호가 무사하기를 빌며 다른 일행이 조금 더 서둘렀으면 하는 조바심과 기대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생각보다 기괴한 호러물도 아닌 수호신의 얘기여서 조금은 덜 섬뜩했다. 마니아들에게는 조금 심심한 스토리가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나에게는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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