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던 시절에 팀원들을 이해하려고 샀던 수많은 책들 중에 한 권이다. MZ세대라고 불리는 이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사실 그들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대화를 나눠 보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출장이 많은 업종이라 혼자서라도 뭔가를 해야만 했다.
요즘 꼰대라는 단어를 아주 많이들 쓴다. 그래도 무언가 의미가 있는 단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듣기 싫은 소리를 하게 되면 꼰대가 되어 있다. 방송에서도 그런 '유희'의 단어가 되어 있다. 사실 꼰대는 그냥 늙은 아저씨 같은 말이었는데, 지금의 꼰대는 자기가 조금이나도 더 잘난 맛에 가르치려들고 으스대는 사람들을 모두 꼰대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상사가 후배 사원에게 꼰대일 수도 있고 놀이터에서는 중학생이 초등학생에게 꼰대일 수 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왜 MZ세대는 그런 성향을 보였냐는 것을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 논점과 근거가 다소 부족할 수 있으나 나를 이해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우리 세대는 자기 계발에 목숨을 거는 성향이 많다. 조금이라도 쉬고 있으면 뒤쳐질 것 같은 강박이 있다. 나도 그런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
90년 대생들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적당히 하는 느낌이 있다. YOLO와 워라벨 같은 것을 중시해서 그랬나 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녔을 거다. 책은 이것을 직업을 갖는 방법에서 첫 번째로 찾는다. 70년대생이 취업할 시기에는 일자리도 많았고 경제 성장 속도도 높았다. 그때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있었고 회사에서 버티면 중진의 자리까지 갈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
80년대생이 취업을 할 시기 무렵에는 IMF가 터졌다. 기업들은 모두 구조 조정하기 바빴고 회사에는 중관 관리자 이상의 실적이 저조하거나 능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람들 위주로 퇴사를 강요당했다. 80년 대생들이 자기의 커리어에 목숨 걸고 덤비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90년대생이 취업할 무렵에는 서프프라임이라는 세계 금융쇼크가 있었다. 이때는 전방위적으로 퇴사를 당했다. 사원, 대리급이라고 안심할 수 없었다. 경력이 많은 수많은 인재들도 그 바람이 직장을 잃었고, 기업은 이런 경력직을 쉽게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채용 또한 경력직 위주로 하였다. 90년대생에게는 취업 자체가 안정적이지 못한 것이 되었다. 그래서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가 바라보는 90년대 생은 어떤 모습일까? '뭐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열정도 없고 도전정신도 부족하다.' 정도로 평가되지 않을까? 회사에서 바라보는 대리 이하의 직급의 평가가 대충 그러하다. 이것이 바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방관'하는 자세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은 꼭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니라도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업적을 부정당하면 자신이 부정당하는 심각한 모욕을 느낀다고 한다. 새로운 세대가 부족해 보이거나 일을 함에 어려워한다면 더 힘껏 도와주고 가르쳐줘야 한다. 내 세대가 이뤄놓은 업적으로 내 업적인 마냥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눈부시게 발전했던 과거의 영광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르지 못한 과거마저도 미화하려는 행동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세대와 공존의 길을 가야 한다.
회사의 성공을 바라지만 내가 꼭 그 주역일 필요는 없다.
사실 90년 대생들은 취향이 확실할 뿐이지 게으르다거나 도전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 팔리는 것들에 대한 비밀'에서도 얘기했듯이 90년대생은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고 즐거운 것을 좋아한다. 개인의 것이 잘되는 것이 우선이며 자신의 팀이 잘되는 것이 그다음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회사가 잘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예전에야 일과 자신의 꿈이 같은 방향으로 갈 때 가장 이상적이라 했다. 지금도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지금의 90년대생은 회사의 업무로 끝까지 끈질기게 할 생각은 없는 친구들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며 그들의 기호도 빠르게 변한다. N잡러가 유행하는 시대 아닌가. 회사를 다니면서도 다른 꿈을 꾼다. 그래서 그들은 워라벨이 누구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사실 남들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1 챕터는 90년대생을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2 챕터는 회사에서 어떻게 지내볼까를 생각할 수 있었다. 3 챕터는 사실 제대로 읽지 않았다. 아직은 90년대 생에게 무언가를 팔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관심 밖의 영역이라 그런지 그냥 건성으로 읽고 지나갔던 같다.
사실 억울하기로 따지면 우리 80년대생이 제일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위로는 제대로 안 한다고 치이고 아래로는 꼰대라고 치인다. 회사에 가보면 남아서 잔업을 쳐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80년대 생들이다. 왜 그렇게 사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이 자신의 커리어와 이어져 있기도 하고 회사의 사정을 전혀 모른 채 하기엔 이제 꽤 높은 직급까지 와 있기 때문이다. 더 윗분들은 아랫사람에게 일을 주는 게 관행이었고 아랫사람들은 할 만큼만 한다는 게 모토니 이를 어쩌겠는가.. 잠시 푸념을 해봤다.
회사는 더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90년 대생들을 보고 혀를 차고 있는다고 세상을 바뀌어지지 않는다. M세대를 이어 Z세대가 곧 기업의 전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따라 가르면 더 능률적으로 일하는 방법 그리고 시스템이 필요하다. 압축으로 일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 예전처럼 느긋히 오래 일하는 분위기로는 안된다.
더 많은 변화가 다가올 것이다. 세대는 물 흘러가듯 이어져 있는 것이지 흑백처럼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소크라테스도 '요새 것들은 안돼.'라고 했었다는데 그 요새 것들이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우리가 바통을 잘 이어주는 노력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 하나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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