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마녀사냥'이라든지 '썰전'에서 자주 봐왔던 허지웅의 에세이다. 얼마나 오래전에 사둔건지 감도 안 오지만 책을 추려내야겠다는 생각에 책장 한편에 꼽혀 있던 책을 꺼내 들었다. 아마 알프레드 아들러의 '버텨내는 용기'를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샀을 가능성이 높다. 나의 책 구매는 늘 그렇게 즉흥적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이나 말을 들어보면 약간 삐딱한 면이 있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줏대가 서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눈치를 살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한 모습. 인지도가 없을 때는 그럴 수 있지만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p237. 스타는 공인이 아니다. 자기 이익을 위해 종사하는 자연인이다. ... 스타가 공인이라는 말의 쓰임은 대중과 스타 사이의 공생관계로 인한 착시현상으로부터 발생한다. '우리'가 사랑해 주기 때문에 밥을 벌어먹을 수 있는 '당신' 사이에 발생하는 공생관계 말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던 작가다. 그럼에도 어머니를 끔찍이 여기는 착한 아들이다. 고시원 생활이 어려움이 아닌 그래도 일생의 한 부분을 채워준 곳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 사이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별스럽지 않으면서도 별스럽다. 쉽지 않은 삶이었음은 느낄 수 있다.
p37. 인간은 그러니까 어차피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조금씩 죽는 것이다. 그 과거의 크기에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좌절하지도 말고, 바로 지금 이 수간 짊어질 수 있는 꼭 그만큼씩을 가지고 살아나가면, 그것이 평범한 어른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언론의 영향력이 컸던 시절에 언론은 정확한 사실보다 이슈에 관심을 보였다. 저널리즘은 죽고 아무도 사실을 욕망하지 않았다.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는 돈이 되었다. 진심과 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던 시절이었다. 살아있을 때에는 괴물을 만들어 돈을 벌고 죽고 난 뒤에는 우상을 만들어 돈을 번다.
그 속에서 선동된 많은 이들이 돌팔매에 동참한다. 자신이 던진 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 채 말이다. 죄책감을 나눠 갖는다는 도덕적 헤이에서 벗어났을 때조차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돈을 던지고 책임지면 된다. 군중심리는 늘 무서운 법이다.
p37. 실제 모든 종류의 '진심'이란 아무 의미가 없는 호소다. 진심, 진정성은 주관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 남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진심을 몰라준다고 세상을 탓할 일도 아니다. 나의 진심은 너의 진심과 다르고 그것의 공존을 중재하기 위해 법고 제도가 존재한다.
모든 문제는 똑같은 사실에도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서로가 생각하는 정의도 다르다. 상식도 다를 수 있다. 분쟁은 어쩌면 소모가 아니라 필연인 것이다. 가장 소란스러워야 하는 정치체제 민주주의에서 말이다.
덤덤하기도 하고 약간 비관적이기도 하면서 세상을 비틀어 보기도 한다 (똑바로 보는 걸지도). 대중 심리에 반하면 여지없이 두들겨 맞는 지금의 시대에 다양성의 추구라고 해야 할까 (그것마저도 해석하기 나름이다). 삐딱하게 바라보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영화 평론을 지속하는 데, 나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서 대충 넘겼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챙겨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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