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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 열린책들

야곰야곰+책벌레 2025. 2. 9.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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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딩을 한다는 사람에게 소스 코드는 테크닉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무언가가 되기 위한 지난한 노력이고 개발자들의 스타일이며 철학이기도 하다. 사업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프로그래머로서의 빌 게이츠를 생각한다면 그의 삶의 기록을 상징하기에 괜찮은 제목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빌 게이츠 자서전 3권 중 첫 번째로 애플과의 첫 계약까지의 이야기다. 열린책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세상은 대단한(?) 일을 한 사람에게 관대한 편이기도 적대적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한 회사를 세운 그에게도 그런 여러 시각은 존재한다. 나 역시 그의 말과 행동에 집중하는 편이지만 무조건 적으로 찬양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한 명의 개발자이기도 하지만 한 명의 사업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은 월터 아이작슨처럼 전문 자서전 작가가 아닌 빌 게이츠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일 수 있다. 이미 여러 책을 낸 경험이 있던 그였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쓴다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록을 잘 남겨 놓은 부모님에게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글은 리듬이 없어 시종일관 잔잔한 느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시시콜콜 적은 듯한 글이기에 읽기에 어려움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요즘도 여름휴가가 되면 여러 권의 책을 들고 등장하는 빌 게이츠지만 그의 독서는 어릴 때부터 지속되었다. 사서 보조가 되었는 그였고 그런 그에게 인생의 질문을 던진 선생님들의 존재는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철학에서 역사로 이어지는 책들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시작한 원시인이 '어떻게 기록을 남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것에서 지고 싶어 하지 않은 승부욕. 좋아하는 것에 빠져 원초를 기술로 바꾸는 능력 그리고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던 수학/논리적 능력은 그를 크게 자라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러 곳에서 지적하듯 레이크사이드 학교를 보낼 수 있는 부모의 재력. 늘 유명인들과 대화할 수 있었던 집안의 인맥. 고가의 PC를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었던 환경 등등은 그들이 아니라면 겪을 수 없는 것들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빌 게이츠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자신의 성공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유별나게 도전을 좋아하던 성격이었던 것도 인정할만하다. 성공시키기 위해 끈기 있게 물어 늘어지는 성격 또한 지금의 그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문장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의 자서전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잘했다'라는 문장은 자화자찬의 느낌보다는 강한 자신감의 표현 같았고 그가 그의 인생을 얼마나 뿌듯해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애플과 첫 계약을 맺을 때까지의 인생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다른 인물들과 달리 쉽게 박수치지 않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누군가는 창의적인고 도전적인 삶을 살았다고 느낄 테지만 누군가는 부러운 환경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자서전은 아직까지 개천에서 용 나는 스토리가 더 인기가 있다는 생각이다(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지만).

  빌 게이츠 그가 선정하는 도서는 나에게도 늘 필독서가 된다. 그의 경영이나 인사이트는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그의 성공 스토리는 그다지 참고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는 것도 사실이다. 애플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읽어볼 생각이지만 그의 인생에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요소들이 너무 많이 끼여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이 똑똑한 사람이 하는 행동은 본능적인 것인지 의도한 것이 모르겠지만 자선 사업마저 돈을 불러들인다. 이를 혹자는 '자선 자본주의'라고 부르며 그를 뼛속까지 자본주의자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선'마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고 운영했던 한 명의 위대한 기업가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이 책은 본인 스스로 썼기 때문에 과장되거나 미화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은 듯했다. 본인의 인생을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솔직함 그 자체라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정말 날 것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기존 자서전과는 사뭇 달랐다.

  빌 게이츠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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