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경영 | 경제

(서평) 강제 구독의 시대 (전호겸) - 베가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5. 6. 21. 18:09
반응형

  한때는 해적판 만화책이 판을 치던 시절이 있었고 불법 소프트웨어를 쓰는 건 소트웨어 값을 지불하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는 필요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는 여러 제품들 또한 그랬다. 불법과 저가 공세와의 싸움이었다.

  어쩌면 할부는 구독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며 하던 온라인 게임은 구독이라는 개념이 형상화된 것일지도. 이제는 <구독 경제>라는 하나의 핫한 키워드가 되어버린 어쩌면 기업에게는 필수가 되어 버린 구독에 관한 얘기는 베가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비싼 값을 주고 사용해야 했던 것들은 늘 부담이었다. 언제 얼마나 쓸지도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잠깐 구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좋지 않은 문제다. 어렵사리 개발해 놓은 제품은 싸게 만든 카피 제품들에 밀린다. 오리지널리티는 돈 앞에 통하지 않는다. 브랜드 파워라는 것도 가격이라는 장벽 앞에 무기력하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할부다. 핸드폰을 24개월에 나눠 지불하다 보니 부담이 크게 줄었다. 어쩌면 냉장고만큼이나 비싼 물건인데 아무렇지 않은 듯 결제하고 들고 다닌다. 초등학생마저도 그렇다. 할부의 무서움이란 구독의 무서움으로 이어진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르게 만원 씩 이 만원씩 지불하다 보면 어느새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매달 지불된다. 언제든지 정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미 생활 속 일부가 되어 버린 것들을 쉽게 끊지 못하게 한다.

  구독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브랜드 파워의 효과를 내는 데 돈의 장벽을 완화시켜 주는 듯하다. 많은 소프트웨어 구독들이 그렇다. 많은 가전들의 렌털 서비스도 그렇다. 여전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차량의 리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구독은 생각보다 흔하고 자주 사용된다.

  chatGPT가 등장하고 AI 구독이 등장했다. 대형 LLM을 가정에서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 데이터 센터의 기능을 사용하는 대신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얼마 전 지브리 스타일 그림이 유행하듯 AI 또한 친근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AI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곳은 웹 생태계 그 자체다. 웹 생태계는 콘텐츠 제공자와 광고의 콜라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들어 광고 수익을 내는 생태계는 AI의 무분별한 학습으로 피해를 받았다. AI가 그들의 자료를 학습해 자신들만의 수익으로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AI기업들이 소송을 당하고 있고 학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AI의 운용 금액은 더 높아질 것이고 사용료도 높아지지 않을까 예측이 된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에서 3자 정보 제공 관련해 차단을 시작함으로써 AI는 조금 더 좋은 위치를 선점하게 되는 듯하다. 이제 고객의 정보를 얻으려면 고객에게 직접 정보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앱을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과 기록을 학습하여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구독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 거의 모든 기업에서 구독을 지속 가능한 테마로 삼고 있다. 구독이라는 것은 초기 유입 문턱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충성도라고 말하기보단 그들의 삶의 일부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더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초기 S/W 위주의 구독은 이제 H/W 구독으로 확장되어 간다. 테슬라는 차량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 주행을 구독할 수 있도록 했다. OTT와 커머스 모든 분야에서 구독 전쟁 중이다.

  하지만 구독 경제는 또 하나의 규모의 경제다. 더 크고 강한 데이터 센터, AI 모델을 가진 자가 승리한다. 마치 쌀농사를 짓지 않는 나라에 쌀을 더 비싸게 팔 듯 대체제가 없게 될수록 더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우리도 우리만의 플랫폼 기업을 키우며 경쟁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더해서 합리적은 구독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