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마가 온 줄도 모른 채 끝나버렸다.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번씩 스콜성 폭우가 쏟아졌다. 이제는 정말 아열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태평양에 있어야 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 남쪽 앞바다까지 올라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기압의 힘겨루기인 장마가 없다. 그리고 후덥지근한 날들의 연속이다.
기후 위기를 미시적으로 관찰하는 이 책은 윌북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기후와 같이 거대하지만 느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느린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느리지만 강력하다. 기온이 6도가 오르면 지구는 멸망한다는 식의 얘기는 사실 그렇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종말론의 느낌이랄까. 하루에도 십 수도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6도라니.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가 아파서 환경을 보호하자는 거대담론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구는 그냥 변화하고 있을 뿐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더욱 공감력이 떨어지고 있는 인간에게 거대한 지구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서 늘 그렇게 얘기를 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그쪽이 훨씬 현실적이다. "도둑이야"라고 외치면 문을 닫고 "불이야"라고 외치면 다들 뛰쳐나온다는 우리들의 현실처럼 말이다.
지구 온도의 상승에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딜까? 바로 적도 부근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오래전부터 꽤 선선한 지역에 살았고 지금도 지구 온난화에서 그럭저럭 안전지역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다. 몰비드처럼 섬이 가라앉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니까.
온도가 조금만 올라도 열대지방의 폭염이 쏟아지는 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지역은 경제적으로도 낙후되어 있다. 더운 날씨의 지속은 그 지역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더위 속에서 일하는 어려움은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된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폭염은 일할 수 있는 시간 혹은 능률을 급속도로 떨어트린다. 작물 재배 또한 마찬가지다. 살기 어려운 곳은 더욱 살기 어렵게 되어 간다. 에어컨 아래 살고 있는 소위 잘 사는 나라들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기후 변화는 양극화를 극대화시킨다. 지난날 과도한 탄소 배출과 같은 행위를 저지른 곳도 선진국이며 그들은 그렇게 얻은 지위로 세계 경제를 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과 낙후된 나라들에 대한 지원은 어쩌면 당연한 책임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문제가 거대담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것들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단순히 시원한 방에서 공부하는 부잣집 아이와 땀 뻘뻘 흘려가며 공부하는 가난한 집 아이의 학업 성취도만 비교해도 환경이 가져오는 불평등은 너무나 명확해진다. 모두에게 환경을 보호하자는 모호한 목적의식보다는 바로 주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 문제점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너무 거대한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수치를 신뢰 있게 모아가야 한다. 철학적인 부분도 필요하지만 과학적이고 통계학적인 자료도 필요하다. 마치 탄소배출만 해결하면 혹은 온난화된 지구에서 살 수 만 있다면, 이런 거대한 해결책에만 집중하지 말고 정말 주위의 어려움을 먼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기 전에 곤충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그전에 미생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 환경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주위의 어려움부터 공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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