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5년의 트렌드를 살펴봐야 할 시간이 되었다.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 이제 빠르게 추워지고 있다. 찬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들에 오리는 책들이 다음 해 트렌드를 분석해 보는 시간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그렇게까지 관심 가지고 볼만한 책인가를 생각해 보면 '굳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산업 전선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는 궁금한 건 사실이다. 내가 아는 분야라면 내 생각과 책의 생각이 다르지 않는지 궁금하고 내 분야가 아니라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볼 수도 있게 된다. 그와 별개로 투자를 하고 있다면 두루 살피기에도 적당하다.
2025년 세계적 트렌드와 한국의 위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이 책은 베가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은 세계적 이슈를 한국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점이 좋았다. 트렌드를 두리뭉실하거나 너무 어려운 얘기를 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니케이 트렌드 전망 같은 책들과 같이 현실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의 큰 줄기인 반도체, 방산, 배터리 그리고 바이오를 필두로 건설, 조선, 모빌리티, AI 등을 설명한다. 조금은 힘이 달리는 듯한 우주나, 가전, 디스플레이까지 다뤄주니 우리나라 산업 전체를 살펴보기에 좋았다.
무엇보다 산업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 것 같아 괜찮았던 것 같다. 마치 그 산업의 입장에서 썼다고 할까. 분명 서로 상충되는 산업군도 있는데 각 캡처마다 그 입장이 되어 보려 하는 것 같았다. 학자라는 건 감정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매정해 보이기도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시대를 거스를만한 힘이 없다면 그 파도에 몸을 던져 보는 것도 좋으리라.
올해 반도체는 HBM으로 운명이 갈렸다. 삼성이 기울고 하이닉스가 약진했다. 그리고 TSMC가 독보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객과 경쟁할 수 없는 두 업체에게 물량을 주는 것이 기술 보호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은 독자적으로 AI 반도체라든지 가속기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독보적인 반도체 생산에 비해 그렇지 못한 소. 부. 장은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세계가 뒤숭숭할수록 K-방산의 위상은 높아간다. 분단의 아픔은 군비 증강과 방산 개발에 이유를 주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명분도 필요성도 높다. K9전차와 K2 흑표뿐만 아니라 KF-21 같은 비행기. 이제는 잠수함과 미사일까지 넓혀지고 있다. 저렴하고 성능 좋기로 소문나기 시작하면서 K-방산의 실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배터리는 캐즘에 걸려 있다. 캐즘은 신규 시장이 성장하기 전에 잠시 머뭇거리는 현산을 얘기하는데, 배터리는 초기 폭발적인 관심에 비해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최근 전기차 화재 때문에 더더욱 주춤한 모양새다. 결국 전고체로의 전환에 속도를 붙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시 수요가 살아나기까지 배터리 업체의 겨울나기는 계속될 것 같다.
바이오 생산 기반을 잘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는 의약품의 특허권이 풀리면서 바이오시밀러 생산의 기지가 될 수 있다. 더불어 AI를 이용한 신약 개발과 더불어 업체 간 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있다. 얼마 전 CL의 아버지인 이기전 교수는 채혈하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것에 성공했다. 백지수표를 제시한 중국업체를 거절하고 계속된 연구였지만 정부의 R&D 예산 감축에 의해 추가 연구가 멈춰버렸다는 아쉬운 뉴스도 전해 들었다. 바이오 역시 반도체만큼 소. 부. 장 국산화의 길이 멀다. 어쩌면 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건설은 중동에서 불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오일머니로 미래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들의 개발 계획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정부의 친원전 기조 때문에 원전 산업은 살아나고 친환경 에너지는 쇠퇴하고 있다. 유럽이 원자력을 친환경으로 인정했다고 쓰여있지만 사실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건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 조건이 무척이나 까다롭기 때문이다. AI로 인한 대규모 에너지가 필요해져 원자력을 보류하고 있지만 기술이 개발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빠르게 이탈하기 시작할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는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잘못된 인사로 인해 누리호를 성공시킨 항우연은 뒤숭숭해졌다는 소식을 작년인가 들었던 것 같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어렵게 참여하게 되었지만 한국 위성을 달에 보내주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예산 없다고 거절한 것을 보면 우리 우주산업의 미래는 몇 년 또 뒤처지게 될 듯하다. 이미 달이며 화성이며 여러 행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위성을 가진 나라들이 많다. 우리도 늦지 않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가전은 여전히 우리나라가 잘 해내고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조금 아픈 손가락이다. OLED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돈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이 사업이다. 국가 지원을 받으며 물량을 쏟아내는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가 매섭다. LG디스플레이가 빨리 흑자로 전환되면 좋겠다.
코로나 때 한참 핫했던 메타버스의 인기는 이제 시들해졌다. AI는 메타버스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더불어 XR/VR 기기들의 개선품의 역할도 기대된다.
2025년도 분주하고 바쁜 한 해가 될 듯하다. 세계는 바삐 움직이는데 우리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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