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공부하다 보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람은 아마 피터 드러커 교수지 않을까 싶지만 막상 두루 읽히는 책을 살펴보면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인 것 같다.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이나모리 회장의 책은 인기가 높다. 굳이 경영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두루 읽히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이나모리 회장의 강연 선집을 엮어 그의 경영의 모체를 찾아보려는 편집팀의 의지를 담은 책이다. 원래는 이나모리 회장과 새롭게 책을 엮을 생각이었으나 집필하는 시간 중에 세상을 떠나셨기에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이나모리 회장이 존경받는 이유는 그의 경영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직원이 물심양면으로 행복을 느껴야만 일하는데 기쁨과 감사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경영자 자신도 행복하고 싶겠지만 먼저 직원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행복한 직원은 회사를 사랑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경영자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경영은 다른 회사와 사뭇 다르다. '무차입 경영'과 '고수익 경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의 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이자만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익을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나모리 회장은 은행에 빚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일본에는 '맑은 날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 오는 날 뺏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금융권을 빗댄 말이다. 경기가 좋을 때 돈을 왕창 빌려주지만 정작 어려울 때 다 뺏어 간다는 얘기다. 무차입 경영은 그래서 중요하다.
기업이 고수익을 내려면 구성원 모두가 재무에 민감해야 한다. 그래서 교세라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아메바 경영'이다. 모든 부서는 자기 부서만의 매출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 수익의 조정의 묘는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자기가 맡은 것에서 최고의 수익을 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를 위해 기존 기업의 회계가 아니라 교세라만의 회계법이 있는 것 같았다. 돈이 흐르는 모든 곳에 전표를 발생하여 어떻게 흐르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어디서 비용이 낭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전등을 꺼는 것보다 모터를 끄는 편이 훨씬 이득인 것처럼.
다른 성공한 경영자들처럼 탁월한 파트너가 없었던 이나모리 회장은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을 직접 기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직원과 함께 일한다는 생각이 바로 '아메바 경영'의 정신인 것 같다. 모두가 경영에 참여하는 회사. 너무나 멋지면서도 강한 회사가 아닌가.
경영자의 자리는 고독하다. 모든 결정으로부터 경영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경영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는 회사와 그냥 먹고살만한 회사를 목표로 하는 경영자의 마인드가 같을 수 없다. 그리고 행동마저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경영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워 보지 못한 그가 내세운 경영 철학은 바로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무엇이 올바른 일인가?'였다. 그것은 이나모리 회장의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늘 '헝그리 정신'을 강조했다. 결핍이라는 것을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히딩크 감독이 '나는 아직 배고프다'라고 한 말과 같다.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나오는 '광기 어린' 집중력이 그 사람의 에너지와 열정을 끄집어내 한계를 돌파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창업자가 아닌 직원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아 그도 늘 고민이라고 했다.
'누구도 만들지 않으니까 우리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일의 가치를 평가하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세상이 말하는 합리적인 것들은 대충 비슷한 것들 뿐이다. 혁신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는 곳에서 나오고 숫자로 명확한 이득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것이 세상을 향해 옳은 일이라면 진득이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논리적인 정합성을 좇는 것과 결단을 내리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러를 만들었을 때, 왜 전기차를 만드냐는 질문에 아무도 만들고 있지 않으니까라고 대답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스타트업이라는 것은 남들이 안될 거라고 얘기하는 것을 되게 하는 짜릿함이 있다고 했다. 그에게는 미래가 보였고 전기 자동차는 그에게 옳은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나모리 회장과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다르지만..)
벌써 50년째 적자가 없는 기업, 교세라를 만들고. 그리고 KDDI를 성공시키고 오직 근로자들의 생업과 국가 경제를 위해 맡았던 JAL을 정상화했던 이나모리 회장에게는 만족이라는 단어가 없었다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일이 있다면 계속해나가야 한다는 신념만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그저 경영의 신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나모리 회장이 인간적으로 존경할만한 사람이 되어 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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