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경영 | 경제

일을 잘 맡긴다는 것 (아사노 스스무) - 센시오

야곰야곰+책벌레 2024. 9. 16. 08:36
반응형

  실무자가 리더가 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흔한 일이다. 매니징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술이고 외국의 경우 그것을 전문분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젊은 매니저와 나이 지긋한 엔지니어가 함께 일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것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지속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실무자에서 관리자가 되는 것은 하나의 스텝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녹록한 일이 아니다.

  리더가 되기 위해 많은 교육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관리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관리자의 경우는 실무자와 완전 다른 스타일을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시간의 분배나 관심사, 생각의 패턴마저 바꿔야 하는 일이 종종 있다.

  많은 능력 있는 실무자들이 관리자가 되어 실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맡은 업무는 처음 하다시피 하는 생소한 일이고 그동안 자신을 만들어 온 깊은 실무 능력과의 단절은 자기 상실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뿌듯함이 아닌 불안함일 수 있고 그것은 일을 잘해 오던 사람들에게 더 크게 미친다.

  완벽하게 관리자의 길로 빠지는 것이 최근에는 더 어려울 수 있다. 언제나 턱없이 모자란 인력으로 큰 성과를 바라는 회사 때문이기도 하다. 또 그것을 해내는 것을 리더십이라고 포장하고 능력이라 얘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람을 모으고 꾸려나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온갖 관계가 엮인 회사에서는 그것마저 쉽지 않다. 일 좀 한다 싶으면 빼가려고 든다. 직급의 파워 차이는 허무함만 남을 뿐이다.

  이 책은 약간 고리타분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최근의 경영서를 본 사람에게는 갸웃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 책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회사는 생각보다 진흙탕 싸움이니까. "책임은 지우면서 권한도 주지 않고 필요한 자원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어떡하라는 겁니까?"라는 하소연에 "그걸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고, 리더인 자네한테 기대하는 점이라네"라는 수긍하기 어려운 대답을 예문으로 썼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회사는 대체로 이렇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대답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팀원의 입장일 수도 있고 회사의 입장일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책은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리고 그것이 리더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리더는 조직 성과에 책임이 있다. 인재를 키워 내는 것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는 능력자에서부터 부적응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인재들이 요구하는 것이 출세나 높은 연봉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일과 개인의 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한다. 이제 리더는 몸을 갈아 넣어 성과를 만들어 내는 방법 따위는 할 수 없다. 이것은 옮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어 버렸다. 리더의 과제는 점점 어려워져 간다. 가진 자원을 맞춤 풀이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어려운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내던 경험이 있어 일을 쉽게 맡기지 못한다. 그리고 팀원들도 자신과 같을 거라며 맡긴 업무에 대해 배신을 당한 경험도 많다. 일을 맡기는 데는 정답이 없고 팀원의 태도와 능력은 각양각색이다. 책은 여러 유형의 직원에 대해 일을 맡기는 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어쩌면 리더가 명확한 가치관을 가지고 그것에 맞는 사람을 남기고 계속 필터링해 나가는 작업만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인재보다 평범한 혹은 게으른 팀원을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기에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효율적인 조직, 성과를 내는 조직을 위한 고민에 한 가지 방법론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늘 그렇지만 경영에 정답은 없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