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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경영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민음인

야곰야곰+책벌레 2024. 6. 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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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를 다니다 보면 '주체적으로 일하게 하라'라든지 '사장 마인드로 일하라'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다니다 보면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사장이 아닌데 어떻게 사장의 마인드로 일할 수 있을까. 어느 해 만난 컨설턴트는 그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장과 직원의 마인드의 갭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일 뿐입니다"

  그분도 알고 있었다. 완벽하게 동일하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구본형은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에서 회사와 자신은 일종의 계약 관계에 불과하지만 나는 나라는 기업의 사장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최선의 제품을 내보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나라는 기업의 가치가 오른다는 것이다. 계약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했다.

  몰입(flow)의 창시자 칙센트미하이는 그 문제를 역시 '몰입'에서 찾고 있다. 리더는 직원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느냐고 강하고 오래가는 기업의 열쇠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일에 몰입할 수 있을까? 직원에게 일을 일로 여기지 않고 가치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MVC(미션, 비전, 핵심 가치)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좋은 삶이란 즐거워야 하고 좋은 제품이란 행복감을 주는 제품이어야 한다. 인간이 만든 모든 제품은 행복을 느끼기 위해 만들었다. 그것을 실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첨단 기술이지만 그 목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소비한다는 점 말이다.

  일이라는 것이 즐거우려면 자기 자신이 일에 대해 가치를 느껴야 한다. 일 자체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일이 사회에 주는 가치를 느낄 필요가 있다. 기업이 단순히 영리 추구의 목적만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기업의 가치는 직원들에게 고객에게 강렬함을 준다. 존재의 이유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리더는 그런 가치를 확신해야 한다. 최고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금방 2류가 되어 버리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잘 벌기도 녹록하지 않은 세상에서 가치를 쫓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경영자의 철학은 시장과 주주들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CEO 먹튀가 많은 것도 비슷하다(단기 매출만 올려 자신의 주머니만 채우고 회사는 망하게 하는 CEO들). 파나고니아의 이본 쉬나드는 산을 좋아해서 등산용 쐐기못으로 사업을 성공했다. 하지만 자신의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아름다운 암벽은 훼손되었다. 그는 암벽 틈새를 이용한 등반 용구를 개발해 냈다. 하지만 그의 산을 아끼는 마음은 의류 산업으로 전환을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 그는 의류에 만들어지는 목화솜이 엄청난 환경오염을 가져오는 것을 알고 천연 목화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의 철학은 시장에 닿았다. 파도가 좋으면 서핑을 떠나라고 말하는 회사 파타고니아. 실제로 회사도 캘리포니아의 바다 근처에 있고 업무 시간 언제든 서핑을 하러 가도 된다.

  즐거움과 쾌락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즐거움이란 항상 유쾌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경험하는 순간은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고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즐거움은 언제나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며 얻는다. 엔트로피와 쇠퇴라는 것으로부터 얻은 당당한 승리다. 즐거움이란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삶을 풍성하게 해 줬던 기억이며 이것은 미래를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준다.

  오늘날 업무는 분화되고 합리화, 표준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발전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온전히 자신이 파악하고 결정해야 하던 시절에는 더 많은 노력과 집중이 필요했다. 지금은 오히려 거대한 기게의 톱니바퀴처럼 정해진 일만 제대로 해내면 되게 되었다. 그래서는 일에서 가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더불어 조직의 목표나 가치도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업무 그 자체를 해내는 것만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불쾌감은 일로 몰입할 수 없게 만든다. 더불어 평생 고용이라는 안정감이 깨진 이후로 직원은 몰입이 쉽지 않게 되었다. 내일 당장 사라질지도 모를 조직을 위해 헌신하기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들을 언제라도 버릴 수 있는 도구로 간주하는 회사를 직원들은 월급 주는 기계 이상의 것으로 대하긴 어렵다.

  소통은 꽤나 세련된 기술이다. 말이라는 건 몇 사람만 건너가도 완벽히 다른 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리더는 현장의 목소리를 주기적으로 듣고 자신의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또한 기업은 회사의 가치관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CEO를 고용해야 한다. 가치관이 다른 CEO는 회사를 순식간에 무너트릴 수 있다. 게다가 무능력한 CEO는 자신의 지위에 불안감을 느끼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소통의 부재를 만든다.

  직원들이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면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 리더는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짜낼 수 있는 과제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동시에 그들이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은 중요하다. 아들러는 이를 '타자 공헌'이라고 했다. 이는 공동체에서 존재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가장 또렷한 방법이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모든 동물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짜낼 때 비로소 행복하다. 치타가 영양을 잡으로 전속으로 달려드는 몇 초의 순간의 희열처럼 인간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짜낼 수 있는 과제를 만났을 때 희열을 느낀다.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즐거움을 느끼고 또 한 단계 발전하게 된다.

  몰입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인간은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제의 복잡성과 난이도 또한 무한하기 때문에 리더는 적재적소에 맞는 관리를 함으로써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나누기 위해서는 사람을 오랜 시간 들여 키워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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