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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뇌를 확장시키는 황인선의 글쓰기 생각력 (황인선) - 이새

야곰야곰+책벌레 2024. 5. 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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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순한 작법서가 아니다. 그것은 저자의 약력에서 알 수 있다. 제일기획 출신의 30년 기획자는 글쓰기 그 자체보다 될 법한 글쓰기를 얘기하고 있다. 글이라는 것은 나를 위해 쓰기도 하고 남을 위해 쓰기도 한다. 일단 팔기 위한 글은 나를 위해 쓰는 글은 아니다. 프로젝트의 성패 가늠할 기획서는 물론이거니와 내부 보고서에서부터 대중을 위한 글까지 글은 존재한다. 장편의 글만이 글은 아니다. 최근에는 숏폼에 쓰일만한 짧고 임팩트 있는 글이 더 많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 글쓰기에 대한 책이다.

  광고 카피와 시름하며 고객을 사로잡고 대중을 사로잡는 일을 해 온 저자가 알려주는 글쓰기 팁은 도서출판 이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듯 책은 실전용을 추구한다. 글이라는 건 다섯 단계로 분류할 수 있는데 졸문, 평문, 교문, 탁문, 명문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여기서는 탁문을 지향한다. 탁문이라 함은 정확한 언어 구사에 자기만의 독특한 식견을 담아 이해는 물론 새로운 깨달음을 주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글이다. 이 정도는 써야 잘 쓴 글이라고 할 수 있고 지금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저자는 처음부터 chatGPT를 얘기한다. 책을 집필하는 도중에 등장한 chatGPT 덕분에 책의 글을 다시 정리했을 정도라고 하니 저자에게도 chatGPT는 꽤나 신선했나 보다. 그리고 모든 글쟁이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파고든다. 바로 글쓰기의 자동화다. 저자는 현재 생성형 AI(저자는 아이라고 부른다)는 꽤나 괜찮은 문장을 만들어 내지만 탁 문 이상의 글을 쓰진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가 탁문을 목표로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AI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지금까지 나온 인간의 결과를 특정인들이 골라 학습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수준이 평균 이상일 것이기 때문에 AI의 글은 분명 꽤 괜찮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바로 한 마디를 날렸다. AI의 글에는 위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트를 추가한 AI도 등장하고 있다. 아직 언어유희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점에서 인간으로서의 글쓰기의 지향점을 찾을 수 있다. 공감의 글쓰기와 위트 있는 글쓰기가 그렇다. 여러 좋은 글들이 많이 있지만 독자를 향한 공감의 글쓰기는 중요한 것 같다. 왜냐면 인간은 계속 변할 것이니까. 그런 인간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글은 분명 또 새로워져야 한다. 인간과 AI의 협업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무리 멋스러운 문장을 뽑아줘도 쓸지 말지는 인간이 정한다 (아직까지는). 어떤 요구를 해야 AI가 적합한 문장을 내어줄까 또한 여전히 갈 길이 멀다(프롬퍼트 엔지니어링). 

  그렇기에 우리는 탁문을 연습해야 한다. 마케팅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파는 글에 대해서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글은 결국 많이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다독, 다작, 다상량의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가지고 있는 보따리가 묵직할수록 꺼낼 것이 많아진다. 스티브 잡스가 창의란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얘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많이 알고 있을수록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생각의 금고가 필요하다. 좋은 단어와 문장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좋다. 신화나 이야기를 많이 알아두면 스토리 짜기에도 편하다. 가끔씩 시를 써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글은 꾸준히 써서 가지고 있으면 자산이 된다. 

  좋은 글들을 많이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유시민 작가는 좋은 글을 쓰려면 토지와 같은 책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읽으며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여러 책을 읽는 것보다 좋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 같긴 하다. 좋은 글은 저자가 여러 책에서 가져와 소개한다. 같이 읽으며 왜 좋은지를 설명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 장바구니가 더 무거워졌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도 있고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책도 있었지만 또 새로운 책을 많이 담았기 때문이다. 

  가장 재밌는 것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해 보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영역은 나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가능성을 넓게 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은 재밌다. AI는 도저히 쓸 수 없을 것 같은 독창성을 가져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경향신문 칼럼은 그야말로 걸작인 것 같다. 

  짧은 시간 임팩트 있는 글쓰기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꽤 도움이 될 책이다. 짧은 글쓰기는 업무용 글쓰기나 블로그, 숏폼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말한다(아마 글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일 거다). 너무 많은 얘기가 있어 살짝 정리가 안되지만 한번 읽은 후 테마별로 연습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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